명품 시계, 중고사이트에서 거래하실건가요?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헐크, 펩시, 스머프, 스타벅스…
하이엔드 시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헐크만 봐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롤렉스 시계 별명들이다. 각 모델들이 갖고 있는 색상 때문에 붙여진 별명인데, 부르기도 외우기도 쉽기 때문에 모델명보다 더 자주 불린다.
롤렉스 시계는 구매가 힘들기로 잘 알려져 있다. 백화점 매장 오픈런을 해도 원하는 모델이 없어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량만 제작하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어 투자 가치가 높은 실물 자산으로도 꼽힌다.
이런 이유로 시계 구매를 위해 최근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났다. 바이버는 온라인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시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헐크, 스머프, 스타벅스도 실물로 볼 수 있다. 매장에서 보기 힘든 모델들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회사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자회사다. 두나무는 왜 명품 시계 거래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이베이코리아와 컬리 전략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만큼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문가인 문제연 바이버 대표를 최근 압구정 쇼룸에서 만났다.
명품 시계, 팔 때도 제대로
바이버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다. 특정 분야의 커머스를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계, 그중에서도 명품 시계만을 취급한다. 모든 명품 브랜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롤렉스를 비롯해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랑에 운트 죄네, 브레게 등이 있다.
바이버 이름은 벨류 리버(Value river)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치를 강처럼 흐르게(Make Value Flow like River) 제공할 것인지 고민한다.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들이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좋은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의지로 유통 시장에 뛰어들지만, 문제연 대표는 더 이상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숱한 경험에서 알았다. 단순히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오프라인 마트 운영 마인드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국내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커머스 업체들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바이버도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다른 벨류를 줄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먼저 판매자부터 살펴보자. 개인 판매자의 경우 고가의 명품 시계가 있지만, 이를 어디서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문 대표는 "실제로 명품 시계를 여러 개 가진 판매자가 중고거래앱에서 시계를 판매하려다가 위협적인 구매자가 나오거나 차에 태우려고 하는 등 곤란한 상황을 겪은 사례를 들었다"며 "파는 것이 사는것보다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자들도 마찬가지다. 중고거래앱에 올려놓은 사진으로는 시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정품 여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문 대표는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각각 다른 가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쇼룸이나 랩스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시계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앱 중에서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이버는 플랫폼과 쇼룸, 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국내외의 거래 정보를 수집해 보여주는 시세 그래프 ‘바이버 인덱스’, 시계 전문가들의 정밀한 ‘상품의 감정·진단 및 보증(일반/정밀)’, ‘프리미엄 안심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시계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바이버 매거진’도 발행한다.
쇼룸에서는 평소 만나기 힘든 다양한 하이엔드 타임피스를 직접 착용해볼 수 있다. 브랜드 근무 경험이 있는 전문 큐레이터 설명을 통해 각 모델의 히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바이버 쇼룸에서 판매상품을 맡기거나 구매상품을 픽업할 수 있고, 매장에 있는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랩스는 스위스 메뉴팩쳐 수준의 장비와 모든 하이엔드 워치 관리를 할 수 있는 테크니션, 폴리셔 팀으로 구성됐다. 정밀한 상품진단이나 케어가 가능하고 모든 진단과정은 실시간 녹화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물투자 시장서 주목받는 시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왜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됐을까. 문 대표는 변동성이 심한 가상 자산 거래를 돕는 두나무가 실물 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바이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치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자산이라고 하면 고가의 보석이나 와인, 위스키, 예술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두나무는 그 중 시계를 선택했다. 한 번 쓰면 없어지거나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대체 투자자산으로도 손꼽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실물과 가상 자산을 연결하게 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아이템이 시계라고 봤다"면서 "여기엔 NFT, 블록체인 기술을 모두 접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계 리셀 시장이 이렇게 강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 가치에 중점을 둔 구매자와 사용 가치에 중점을 맞춘 구매자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내려갈 때나 올라갈 때 모두 각자의 니즈에 따라 구매자가 있어서다.
"재미있는 거 해보지 않겠어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문제연 대표는 네모파트너즈 컨설턴트를 거쳐 이베이코리아에서 17년 근무했다. 전략총괄(CSO), 영업본부장(COO)을 역임했고, 컬리 전략총괄 부사장(CSO)을 거쳐 지난 7월 바이버에 합류했다.
문 대표가 바이버 대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재미있는 거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 때문이다. 아직 국내서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계 커머스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문 대표는 단순히 물건을 사이트에 올려서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은 더이상 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커머스들이 할인만 외치고 있을 때, 다른 곳이 갖고 있지 않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연 대표는 "쇼핑이든 검색이든 퍼스트스크린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시계를 사고싶을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이 되고싶다"며 "미국의 와치박스, 유럽의 크로노24를 능가하는 명품 중고시계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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