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②물러나는 경제사령탑…추경호, 물가·재정과 악전고투
역대급 세수펑크는 오점…'상저하고' 강조에도 '온기' 아직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상목 새 부총리 후보자 내정으로 조만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속 경제사령탑으로서 걸어온 추 부총리의 올해 발자취 그 자체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 부총리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길 수 없다'는 원칙 아래 우리나라 건전 재정 기조를 확고히 했으며, 대외 여건에 따른 물가 악재를 잘 관리해 위기 상황을 무난히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의 임기 중 59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전망 오차가 발생했고, 올해 내내 '상저하고'(상반기 경제 저점 이후 하반기 회복)를 강조했음에도 여전히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늘어난 국가부채에 허리띠 졸라 맨 부총리…2.8% 예산 증가율 관철
추 부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을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줄곧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 왔다.
추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 부임한 당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2022년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0%에서 50.1%로 14.1%포인트(p) 급상승한 터였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전년보다 5.2% 증가한 639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에는 총 696조9000억원 규모의 2024년 예산안을 마련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늘어 지출 증가율은 2.8%로, 이는 2005년 재정 통계 정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비 등 23조원 규모의 과감한 지출은 구조조정하면서도,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예산은 오히려 늘려 호평을 받았다.
예산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선 '감액 내 증액' 원칙을 확고히하며 정부 예산안보다 3000억원 낮은 내년 예산안을 관철시켰다.
◇'추경불호'로 탁월한 물가 관리…외부 요인발 악재서 민생 지켜내
추 부총리는 대외 여건 악화로 물가가 재반등하는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민생 안정을 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뛰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률을 보인 후 6~7월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반등한 후 10월 3.8%까지 오르기도 했다.
주로 산유국과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기상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오름세 등 외부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내년 2월까지 연장했다. 또 일부 농축수산물에 대해 저율할당관세(특정 품목에 대해 물량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낮은 관세로 수입을 허용) 등을 적용하고 공급량을 관리하며 민생 부담을 덜어냈다.
일부 식품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용량을 몰래 줄이는 소비자 기만 행태(슈링크플레이션)를 보이는 데 대해선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이 용량 변경 사실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가격 잡기에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특히 그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 추가 투입 요구를 일축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묵묵히 지킨 것이 물가 관리에 탁월했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 불호'(追更不好)를 추 부총리의 최대 업적으로 꼽았다. '추경 불호'란 추 부총리의 이름에 빗댄 표현으로, 추경 편성 등 지출 확대를 억제한 추 부총리의 그간 행보를 뜻한다.
이 총재는 "편하고 정치적으로도 인기가 있는 넓고 편안한 길을 피하고, 좁고 어려운 길이지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재정의 방향을 바꿔줬다"며 "재정 쪽에서 많이 도와줘서 물가를 그나마 빨리 잡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59조원 '역대급 세수펑크' 오점…상저하고 전망에도 '온기'는 아직
이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추 부총리에게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를 발생시킨 장본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00조500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지난 9월 세수 재추계 결과 여기서 59조1000억원(14.8%)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그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한은과 정부마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까지 낮췄을 정도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외적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잘 관리한 것이 추 부총리의 업적"이라면서도 "경기 대응 측면에선 다소 미흡해 여전히 경기는 침체돼 있다"고 평가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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