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잇단 사고...전문 경영인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김동환 2023. 12.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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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근로자 잇단 사망
전세계 3위 아연괴 생산능력 불구
1997년부터 총 12명의 노동자 숨져
‘환경 파괴·산업재해 온상’으로 전락
환경단체·정치권 “공장 폐쇄” 주문
‘수십억 배당금’ 오너 일가 사과 없어
중대재해법 위반 확대 적용 ‘주목’
근로자 비소 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한 영풍 석포제련소는 1997년부터 모두 12명(환경단체 추산)의 노동자가 숨져 산업재해 온상으로 꼽힌다. 그간 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 취소를 요구해온 시민단체가 당장 사실상 폐쇄를 주장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북 봉화군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세계 3위 생산력’ 아연 제련소의 오명

20일 재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영풍의 주력 사업인 아연괴를 생산하고 있다. 1970년 경북 봉화군에서 비철금속 생산을 시작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원료처리 공법 TSL(Top Submerged Lance) 기술로 아연을 제련한다고 홍보해왔다. 세계 3위 규모(연간 40만t) 아연 생산능력을 갖춘 종합 비철금속 제련소로 성장했으나 안팎으로 환경 파괴와 안전 이슈도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서도 석포제련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 10월 관할 대구환경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솜방망이’ 처벌은 안 된다”며 “철저히 점검해서 조업정지에 해당하면 정지, 허가 취소에 해당하면 취소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다만 제련소 폐쇄나 장기간 영업정지는 산업 생태계 측면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소속 근로자 등에 미치는 악영향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영풍 그룹이 사주 일가의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포제련소는 2015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영풍 지분 16.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와 부친 장형진 전 회장 등 사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나서 안전·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제1공장에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14일 관계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대주주는 처벌 피하는 중대재해법

재계 관계자는 “책임 경영 요구는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을 넘어 국회에서까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영풍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주주로 해마다 수십억원의 배당금은 챙기면서도, 이번 사망사고에도 오너 일가의 사과는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최근 언론에 미국 등 선진국은 전문경영인 중심 지배구조이며, 장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석포제련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 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석포제련소대책위 제공
 
◆중대재해법 확대한 검찰의 기소

다만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돼 법리적으로 직책이나 소속과 관계없이 경영책임자에 해당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앞서 의정부지검 형사 4부(홍용화 부장검사)는 지난 3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경기 양주 채석장 토사 매몰로 근로자 3명이 숨진 사고에서 중대재해법이 규정하는 경영책임자를 정 회장으로 판단했다. 실질적이고 최종 권한을 행사한다면 대표이사나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직함과 관계없이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이 30년간 채석 산업에 종사한 전문가로 작업방식을 최종 결정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한다.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 등이 있는 사람과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처벌 대상을 규정한 중대재해법을 확대해석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 법무법인은 “상법상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 않은 회장이 기소된 첫 사례”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법인 소속이 아닌 이에게 책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는데, 경영책임자가 해당 법인 임직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이 기소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석포제련소는 이번 산재 사고 외에도 환경 관련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2월 폐수 약 70t을 낙동강에 유출한 혐의로 영풍과 함께 석포제련소장, 상무이사가 재판을 받고 있는데,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상무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제련소장과 영풍에는 1심의 벌금 300만원·700만원보다 많은 각각 500만원·1200만원이 떨어졌다.

이에 영풍 측은 “2015년 석포제련소에 전문 경영인 체제가 들어선 뒤로 이슈가 돼 왔던 환경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대표적 성과가 500여억원을 들여 도입한 무방류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이 약 3년여간의 준비와 공사를 거쳐 2020년부터 도입, 운영된 뒤 현재까지 단 한방울의 공정사용수(폐수)도 외부로 흘려 보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 경영인들의 과감한 결정으로 오는 2025년까지 7000여원을 들여 석포제련소의 환경개선 사업을 꾸준히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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