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전진기지’ 태국 공략 나선 中…현대차도 ‘아이오닉 출격’ 맞불 [여車저車]
전기차·배터리 생산기지도 잇달아 건설
태국 정부, 2030년 車생산량 30% 전기차로
현대차도 ‘아이오닉 랩’ 개관·현지생산 나설까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아세안(ASEAN) 전기차 시장의 전진기지로 꼽히는 태국에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자국을 ‘아세안 전기차 생산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해외 업체의 현지 생산을 의무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동남아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는 현대자동차 역시 태국에 전기차 체험 공간 ‘아이오닉 랩’을 개관하며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한·중 기업간의 ‘전기차 맞불 대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태국에 정부 산하 자동차 연구기관인 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스위스, 일본에 이어 태국에 연구센터를 건설하고 전기차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은 국가적인 과제로 전기차를 육성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최근 태국 전기차정책위원회(EV Board)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전기차 보조금 정책 ‘EV 3.5’를 최근 승인했다. EV 3.5 보조금 정책 승인을 받은 제조사는 내년부터 2025년 사이 배터리 전기차를 수입할 경우 관세의 40%를 인하 받을 수 있으며, 수입 전기차 가격이 200만바트(약 7500원) 이하일 경우 소비세가 8%에서 2%로 인하된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는 수입 차량 1대당 2대 비율로 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2027년에 생산을 시작하는 경우, 1대당 3대 생산 비율이 적용돼 기업의 더 부담이 커진다. 전기차를 수입·판매하기 위해서는 태국 내에서 전기차를 일부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되는 ‘EV 3.0’ 보조금 정책에 참여한 제조 업체들은 2025년까지 EV 3.0 인센티브 및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2024년부터 수입차량 1대당 1대 비율로 현지에서 생산해야 하며, 2025년에는 수입차량 1대당 1.5대 비율로 생산을 해야 한다. EV 3.5보다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받는 셈이다. EV 3.0에 참가한 자동차 업체들은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중국 업체다.
중국 업체들은 일찍이 태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이미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로 분석된다. 비야디(BYD)와 창청(GWM)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 조건이 강화됨에 따라 생산 설비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창안자동차는 지난달 태국 라용주에서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으며,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1단계에 88억 바트(약 329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단계에서 시행될 투자 계획과 합치면 창안의 총투자 규모는 200억 바트(약 74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아이온도 해외 첫 생산시설로 태국을 택했다. 내년 상반기 공장을 준공하고, 6월 이후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궈시안은 태국 에너지 국영기업 PPT와 합작해 공장을 설립, 연말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BYD는 태국에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 역시 아세안 공략를 위해 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자체 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차가 현지 업체 등을 통해 태국에 진입한 적은 있으나 자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정재규 현대차 태국법인장은 “태국은 동남아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상징성이 있다”며 “법인을 설립해 직접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해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에는 태국 수도 방콕에 위치한 쇼핑몰 트루 디지털 파크에 전기차 체험공간 ‘아이오닉 랩(IONIQ Lab)’을 오픈하며, 전기차 진출도 본격화했다. 현재는 ‘아이오닉5’를 한국에서 생산해 태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지만, 향후 현대차가 태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태국 현지 매체는 현대차가 연간 25만대의 지동차 생산기지를 태국에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태국을 주목하는 것은 태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더해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토라이프티일랜드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기준 태국 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5만8074대를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6000대가 채 안됐던 전기차 판매량이 불과 몇 년 새 수만 대 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올해 전체로는 6만~7만대 판매가 점쳐진다.
동남아 시장 내에서도 태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동남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7%에 달했다. 이어 인도네시아(8%), 베트남(6.8%), 싱가포르(4.1%), 말레이시아(2.1%)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은 자동차 생산 능력과 수출용 생산 기지로의 장점이 큰 지역”이라며 “태국 내 전기차 생산 의무조건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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