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51) 존폐 위기의 지방대…교수와 학생이 품은 희망(끝)

임채두 2023. 12.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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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편 연재…전북 8개 대학 연구자 56명 인터뷰
연구와 후학 양성 열정…"당장 돈 안 되는 분야도 지원해야" 쓴소리
12개월간 연합뉴스 취재진이 만난 연구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지방대 교수와 학생 등을 12개월 동안 소개한 연합뉴스 연중기획, '대학人'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간 연합뉴스가 만난 연구자들은 유의미한 연구로 지방대 존폐 위기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인 인재 양성 열의와 연구 성과, 그리고 지방대 활로 찾기 노력을 마지막 회에 담아 정리합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임채두 나보배 기자 = '대학人'은 학령인구 감소로 시작해 신입생 미달, 재원 부족으로 이어지는 지방대의 위기를 단단하게 견뎌온 연구자들을 소개하고자 기획됐다.

2025년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교 중 53개교가 운영 손실을 볼 것이라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암울한 전망은 이미 눈앞으로 다가온 현실이 됐다.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학들의 현실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방대 연구자들이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연말연시 신입생 충원에 사활을 거는 대학의 노력이 거의 유일한 기댈 언덕이다.

그런데도 연구자들은 인재 양성과 연구로 대학의 질적 성장을 이루려 매일 늦은 저녁까지 연구실, 실습실의 불을 환하게 밝힌다.

양질의 교육이 대학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빚어낸 일이다.

연합뉴스가 올해 1월을 시작으로 12개월 동안 연재한 기사는 모두 50편이다.

올 한해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원광대학교, 전주대학교, 우석대학교, 전주기전대학, 군장대학교, 한일장신대학교 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대학이 있고 연구가 활발한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취재 차를 몰았다.

연구자 수를 헤아리면 교수 47명, 야구 감독 1명, 학생 8명이다.

의학(응급의료·영상의학·예방의학·법의학 등), 동물생명공학, 역사문화, 식품영양, 토목환경, 생명과학, 수소연료전지, 화학융합, 미술, 음악, 소방방재, 건축공학, 주거환경, 한의학, 간호학, 농식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연합뉴스의 기획 의도에 공감한 대학 홍보팀은 내로라하는 학내의 교수들을 자랑스레 소개했다.

굵직한 연구 성과를 낸 교수부터 고매한 철학을 지닌 교수까지 그들의 장점을 읊으며 인터뷰를 권했다.

언론이 조명할 만한 저명 교수를 모두 소개했다 싶으면 비인기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연구자도 수줍게 추천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만남을 주선해 준 각 대학 홍보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취재팀의 취재 수첩에 빼곡히 적힌 연구자들의 말은 지방대의 발전 방향 어디쯤을 하나씩 짚어냈다.

연구 과제에 대한 애정은 물론 애교심, 강의 열정, 제자 사랑을 숨김 없이 내보였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연구하려는 이들의 자세는 대학의 밝은 내일을 비추기에 충분했다.

12개월간 연합뉴스 취재진이 만난 연구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학人 기획을 되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연구자가 꽤 많다.

조은영 원광대 미술과 교수는 전시장에 작품을 거는 요령부터 작품 배열법, 가격 책정까지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가르치면서 제자들이 직업 예술인으로 정착하도록 돕고 있었다.

그는 이런 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된 미술학도를 길러내는 토양이 된다는 것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근무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육우 탄소 크레딧 플랫폼 '카우카본'을 연구하면서 탄소 저감 목표율 향상과 산업화 가능성을 점쳤다.

또 이창주 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난소화성 저항전분(RS)의 구조적 특징에 천착해 '살 안 찌는 식품'의 소재를 개발 중인데, 1년 내내 다이어트 중인 현대인에게 곧 희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응급의료 전문가인 김소은 전북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치르기 7개월 전, 이 기획을 통해 현 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잼버리 맞춤형 재난 대응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자의 노트북과 카메라가 낯설어 모든 게 조심스럽던 우석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2∼3학년 김지원, 김아림, 노우정씨는 '호로파'를 주제로 한 국제논문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했다.

지방대의 아픈 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안한 연구자도 있었다.

인터뷰 뒷이야기 형식으로 말문을 연 한 교수는 대학원에 진학했으면 하는 똘똘한 학부생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탈하고, 그 자리는 외국 학생들로 채워지는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곤충 전문가' 김효중 군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국가는 주로 핵심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곤충 연구는 소외된다"며 "다양한 분야, 특히 당장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양향숙 군장대 스마트농식품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성인학습자 재교육'을 제안하고 군장대가 운영 중인 성인친화형 전형을 소개했다.

대학人으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직 많다.

취재팀은 연구 열정을 내보이면서 지방대의 활로 찾기에 분주하던 연구자들을 또렷이 기억한다.

기사에 눌러 담지 못한 이야기는 따로 담아낼 그릇이 또 있으리라 믿는다.

학생들이 쉬어가는 겨울방학, 여전히 연구실에 남아 책과 논문 속에 파묻혀 있을 지방대 연구자들을 응원하며 연재를 마친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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