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 하는 동안 '수면 보충'하는 순록

박정연 기자 2023. 1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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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에게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동물은 수면이 필요하거나 잠이 올 때 특정한 느린 패턴의 뇌파가 발생하는데, 순록은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이 뇌파 패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순록들이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수면을 요구하는 '수면압력'이 감소했다"며 "후속 연구에선 일반적으로 더 많은 수면량이 요구되는 어린 순록의 뇌파 변화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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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대
뇌새김질을 하는 동안 수면을 통해 회복해야 하는 에너지를 채우는 것으로 나타난 순록.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크리스마스,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에게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바로 소와 같이 끊임없이 되새김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순록의 행동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되새김질을 하면서 영양소를 섭취하는 순록은 동시에 얕은 잠에 빠지며 수면을 통해 에너지도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토 후버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 연구팀은 되새김질 중인 순록의 뇌파는 비 렘(REM)수면 상태의 뇌파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23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먹이를 먹는 동시에 충분한 수면 효과를 누리면서 많은 신체에너지가 소모되는 시기에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멜라니 퓨러 취리히대 연구원은 "순록은 더 오랫동안 되새김질을 할수록 더 적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먹잇감이 풍부한 여름에 먹이와 수면 요구량을 동시에 충당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르웨이 북부 항구도시 '트롬쇠'에서 유라시아 툰드라 순록들을 대상으로 비침습성 뇌파검사(EEG)를 실시했다. 실험은 조명이 통제된 실내 마구간에서 수행됐으며 먹이나 수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각 계절에 따른 순록 행동 양상에 차이점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기온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순록은 24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5.4시간의 비렘수면을 취했다. 0.9시간은 렘수면 상태에 놓여 있었다. 렘수면은 얕은 상태의 수면이며 비렘수면은 이와 달리 매우 깊은 상태의 수면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순록이 겨울과 여름 동안 같은 양의 수면을 취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선 여름 중의 수면에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연구팀은 순록이 수화된 음식을 다시 씹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일종의 휴식을 취할 것이라 추측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염소, 소, 사슴은 모두 되새김질 과정에서 수면 상태와 유사한 뇌파가 확인된 바 있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순록의 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렘수면과 유사한 뇌파 패턴이 확인됐다.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순록은 동료 순록의 움직임 등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깨어있을 때는 45%의 확률로 반응을 보였지만 되새김질 할 때와 수면 상태일 때 동료의 행동에 대해 반응을 보일 확률은 25%, 5%였다.

연구팀은 이어 되새김질이 순록의 필요한 수면 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동물은 수면이 필요하거나 잠이 올 때 특정한 느린 패턴의 뇌파가 발생하는데, 순록은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이 뇌파 패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수면을 통한 휴식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연구팀은 “순록들이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 수면을 요구하는 ‘수면압력’이 감소했다”며 “후속 연구에선 일반적으로 더 많은 수면량이 요구되는 어린 순록의 뇌파 변화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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