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KAIST 퍼즐 동아리가 밝힌 '데블스 플랜' 필승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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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바둑기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12명이 모여 상금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은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학과 퍼즐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유독 데블스 플랜에서 집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릴 넘치는 각종 게임이다.
각 게임의 규칙은 분석의 편의를 위해 실제 데블스 플랜에 나온 것보다 간략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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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바둑기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12명이 모여 상금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은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학과 퍼즐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유독 데블스 플랜에서 집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릴 넘치는 각종 게임이다. 배신, 속임수 같은 요소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게임은 기본적으로 출연자들이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게끔 설계돼 있다.
데블스 플랜에 푹 빠져 시청했다는 안정현 2017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금메달 수상자와 KAIST 퍼즐 동아리 ‘퍼플’의 김홍녕(2018, 2019 IMO 금메달), 노희윤, 황정빈 학생의 도움을 받아 데블스 플랜에 등장한 일부 게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해봤다.
각 게임의 규칙은 분석의 편의를 위해 실제 데블스 플랜에 나온 것보다 간략히 소개한다.
● 기하학적인 직관이 필요한 '협동 퍼즐 2화'
노희윤 "기하학적인 직관이 필요한 게임이에요. 프로게이머 출신 기욤 패트리 씨가 특유의 공간지각 능력을 발휘해 퍼즐을 잘 맞추더라고요. 관건은 특정 위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유일한 조각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것만 찾으면 전체 조각 개수 n에서 한 조각을 뺀 n - 1 조각의 조합을 찾으면 되거든요. 조각 중에 혼자만 뾰족한 각이 있거나 특이한 곡선이 있는 부분이 있거나 하는 특징을 빠르게 파악한 뒤 이 조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공간에 일단 밀어 넣으면 퍼즐을 빨리 풀 수 있어요. "
김홍녕 "지금껏 안 해본 시도나 조합을 과감하게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IMO 기하 문제를 풀 때도 기존 방법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시도해보는 것이 도움될 때가 있거든요. 7라운드를 보면 출연자들이 ‘서로 닮음인 삼각형 2개’를 가지고 자꾸 익숙한 모양을 떠올리며 대칭으로 만들려고 해서 퍼즐이 풀리지 않아요(아래 그림 참고). 그러다가 두 삼각형을 떨어뜨려 배치했을 때 퍼즐이 맞춰지지요. 생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
● 카드 뒤 숨겨진 의미 '시크릿 넘버 5,6화'
노희윤 "주어진 모든 카드를 써도 참가자들의 고유번호를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3인이 연합하는 전략을 써요. 2명이 만나 모든 카드를 썼을 때 고유번호 2개는 알아낼 수 있지만 누가 어떤 고유번호를 가졌는지 알 수 없어요. 1명을 더 섭외하면 그 사람과 2명 중 1명이 컨택트룸에 들어가 정보를 더 알아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게임은 일단 숫자를 뽑는 운이 좋아야 해요. 극히 드문 경우지만 참가자 3명이 2, 3, 4를 뽑는 경우와 6, 7, 8을 뽑는 경우를 구분할 수 없거든요. 이 경우 어떤 카드를 써도 똑같은 힌트를 얻게 되는데 특히 더하기 카드를 썼을 때 아무리 더해도 합이 20 이하이기 때문에 ‘3에서 20 사이’라고만 알려줍니다. "
안정현 "이시원 씨는 5화에서 1~9까지의 수들을 곱해서 곱하기 카드를 썼을 때 나오는 경우의 수를 미리 계산해봤는데 현명했다고 생각해요. 곱이 홀수가 나오면 두 수가 모두 홀수인 것을 알 수 있어서 경우의 수가 꽤 좁혀지거든요. 예를 들어 곱하기 카드를 썼을 때 9를 알려주는 경우는 (9, 1), (3, 3), (7, 7)로 세 가지예요."
김홍녕 "나누기는 가장 약한 카드 혹은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어요. 높은 숫자로 갈수록 나누기 카드는 의미가 없어져요. 모두 50 이상의 숫자를 뽑는다면 나누기 카드를 썼을 때 무조건 1이 나오겠죠. 반대로 이 카드를 썼는데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왔다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어요. 두 수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의미니까요."
● 가장 수학적이라고 입을 모은 '양팔 저울 8화'
안정현 "제대로 수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방정식 문제를 푼다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출연자들이 어떻게 광물 무게를 맞혔는지 수식으로 따라가 볼게요. 방송에선 출연자들이 3팀(2명, 2명, 3명)으로 나뉘어 팀별로 문제를 풀었는데요. 일단 색깔의 영어 알파벳 첫글자를 따서 R, G, B, P, Y로 표기할게요. Y = 10이며 세 번째 값이지요.
박경림 씨가 이 문제에서 굉장히 활약한 것 같아요. 초반에 Y와 R이 저울에 올려져 있을 때 Y가 있는 곳에 P, R이 있는 곳에 Y를 놓아요. 그러면 Y가 양쪽에 있어 둘이 상쇄돼 P가 R보다 크다는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었어요."
황정빈 "저는 광물 중에 5g 미만의 광물이 하나쯤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5g 이상의 광물만 있으면 양팔 저울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서 적은 무게의 광물로 그 미세한 차이를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 경우의 수를 늘려라! 헥사곤 12화'
안정현 "결승전에서 참가자 하석진 씨와 궤도 씨의 숫자 암기 전략이 다른데요. 중요한 건 연속한 3개의 숫자 쌍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냐예요. 외운 숫자의 개수는 13개로 둘이 똑같더라도 연속한 숫자 3개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하석진 씨는 9개밖에 안 돼요. 근데 궤도 씨는 13개나 나와요. 사실 궤도가 수학적으로 봤을 때 더 유리했다고 할 수 있어요. "
황정빈 "외운 정보를 머릿속에서 어떻게 나열해서 정리하는가가 중요한 게임이에요. 여러 방향으로 머릿속에서 그어보며 연속한 숫자의 합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작진이 육각형을 이용해 게임을 만든 것 같아요. 가로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러면 머릿속에서 정보를 나열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지죠.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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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12월호, 수학 국가대표, KAIST 퍼즐 동아리가 말하는 필승 전략! 데블스 플랜 게임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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