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군 수뇌 5명이 임관 동기…'소통·합동성' 기대

김귀근 2023. 1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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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총장·해병대사령관·연합사 부사령관 같은 해 임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군 수뇌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지난 10월 단행된 장군 인사에서 발탁 또는 유임되어 군 수뇌부에 속한 5명이 같은 해 임관한 동기다. 공교롭게도 임관 동기 5명이 군 수뇌부를 구성하게 되면서 군내에서는 소통과 합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번 인사 때 군 수뇌부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임관 동기라는 점을 고려했든 아니면 우연의 일치든 간에 참 묘하게 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안수(육사 46기) 육군·양용모(해사 44기) 해군·이영수(공사 38기) 공군참모총장, 강신철(육사 46기)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상 대장), 김계환(해사 44기) 해병대사령관(중장)은 모두 1990년 임관했다.

5명 모두 나름 자군에서 작전·전략·전력증강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들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명수(해사 43기) 합참의장과 함께 우리 군 수뇌다.

이전에도 3군 총장이 같은 해 임관한 동기인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이번처럼 군 수뇌에 임관 동기가 5명이나 포진한 사례는 근래에 없었다.

전직 박정환(육사 44기) 육군·이정호(해사 42기) 해군·정상화(공사 36기) 공군총장은 1988년 임관 동기였으나, 군 수뇌부에 속했던 안병석(육사 45기) 전 연합사 부사령관보다는 1년 먼저 임관한 선배들이어서 이번과는 다르다.

같은 해 임관, 신임 장교 시절 상무대에서 초급군사교육(OBC)을 함께 받은 이후 자군에서 중책을 맡다가 최고 지휘관까지 오른 5명이 군 수뇌부에 조합되자 합동성 강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 우선 앞선다. 물론 동기들끼리라면 스스럼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소통도 잘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각 군 최고 지휘관끼리 소통이 잘 되면 유사시 합동작전에 큰 도움이 된다. 현대전이나 미래전은 각 군의 전력을 적기에, 적소에 투입해 합동작전을 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예를 들어 육군은 진격로에 진을 치고 있는 적군을 먼저 섬멸한 후에 진격해야 사상자를 줄일 수 있다. 자체 보유한 포병과 미사일 등으로 진격로를 열 수도 있지만, 적의 기갑부대 격파는 쉽지 않다. 기갑부대를 제거해야만 지상전투가 수월해진다.

기갑부대를 섬멸하려면 정밀 유도무기와 고폭탄 등 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공군 전력의 근접항공지원(CAS)을 받아야 한다. 공군이 육군과 연계해 실시하는 CAS는 F-15K·KF-16 전투기 등을 이용한 공습이 핵심이다. 한미연합사를 경유해 주한미군에 도움을 요청하면 '탱크 킬러'로 불리는 A-10 대전차 공격기도 지원된다.

해병대 상륙작전에서도 공군 항공기와 해군 함정의 화력지원을 받으면 사상자를 줄이고 적진을 쉽게 돌파할 수 있다. 해병대와 공군, 해군 전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완벽한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군 관계자들도 육·해·공군·해병대 최고 지휘관이 긴밀히 협의하고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합동작전을 펼치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연합사 부사령관도 적기에 주한미군 전력을 지원하도록 하는 '군사 협조반' 역할을 해야 한다.

방첩사령관으로 있던 육군 작전·전력 전문가인 황유성(육사 46기) 중장을 합참차장에 발탁한 것도 해군 작전통인 김명수 합참의장을 도와 합참이 합동작전을 제대로 시행토록 하라는 의미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의 한 인사는 24일 "신원식 장관이 두 달 전 단행된 장성 인사 때 합동성을 매우 고려한 것으로 안다"면서 "소통이나 합동성을 고려한 인선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다 각 군의 최고 지휘관끼리 말이 잘 통하면 전력증강 사업에서 '자군 이기주의'를 약화할 수 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도 없앨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반적 절차를 전력 획득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철 지난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무기체계의 평균 획득 기간을 대폭 단축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전력증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군이 서로 티격태격하지 말고 잡음 없이 매끄럽게 신속히 처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군 관계자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군 수뇌부 인선이 적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군 수뇌부가 동기 일색일 경우 서로 비교되면서 자군의 성과를 내는데 과도한 경쟁을 할 우려가 있고, 이럴 경우 이를 조정 통제해야 하는 국방부와 합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다음번 대장 인사 때 '기수 추월' 현상이 발생한다면 유능한 인재들이 한꺼번에 군문을 떠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 2명의 대장이 나온 육사 46기가 군내 핵심 직위에 포진한 것도 눈에 띈다.

250명이 졸업했던 육사 46기들은 소수가 7년 전에 첫 별을 달았고, 그 후 7년여 만에 대장 2명을 배출하고 육군 요직을 꿰차는 등 군의 중추적 세력이 됐다. 동기 중 고태남 인사사령관, 이규준 교육사령관, 엄용진 군수사령관, 이두희 미사일전략사령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방부에 근무하는 동기로는 이갑수 국방부 군수관리관(예비역 준장), 전하규(예비역 대령) 대변인이 있다.

육사 46기는 사관학교 시절 '한빛'(큰빛)이란 애칭을 가졌다. 2학년 시절 대대장 생도가 강도 높은 행군 훈련을 마치고 "한 줄기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라는 말로 동기생들을 격려한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육군 생도들 화랑의식 장면 [육사 홈피 캡처]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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