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천재는 없다?…'떠돌이 연구' 끝낸 송유근, 어디 갔나 했더니
[편집자주] 천재(天才). 하늘이 내려준 영재라는 뜻으로 어린시절부터 천부적 재능을 보유한 사람을 일컫는다. 남들보다 일찍 재능을 발견한 영재들이 꾸준히 학습하고 시각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육의 목적이다. 하지만 송유근·백강현 등 다수의 영재들은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 길을 잃는다. 한국의 영재 수난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송 군은 지난 8월부터 UCL 뮬러드우주과학연구소(MSSL) 방문연구원 소속으로 블랙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송 군은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agittarius A)를 연구 중이다.
궁수자리 A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거대질량 블랙홀이기 때문에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최적이다. 현재 송 군은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제트(유체 흐름)와 플레어(입자 대방출) 현상을 관측·분석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송 군이 소속된 연구팀은 인류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EHT(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후속 연구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송 군의 연구주제는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이론천체물리 연구자·학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 국내 블랙홀 연구는 관측장비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 8할 이상이다. 송 군과 같은 이론천체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나 우리은하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설명 가능한 이론으로 만든다.
관련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재 풀이 적은 분야여서 그동안 송 군과 공동연구를 해오던 UCL MSSL 연구자가 송 군에 연구참여를 적극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송 군은 UCL 소속 박사들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내년에도 UCL에서 연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송 군은 9세 때 초중고를 월반해 대학에 입학했다가 12세에 컴퓨터공학 학사 학위를 받은 영재다. 12세 때였던 2009년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시설에서 교육받는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에 입학했다가 2018년 재학연한 만료로 UST에서 제적당했다. 그해 군에 입대해 만기복무한 후 일본·대만 등에서 연구를 했다. 이들 연구자 추천으로 영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정부는 우주천체 분야를 포함해 이전에 없던 순수 기초연구예산 확대와 인재육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R&D(연구·개발) 패러다임을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기초원천 연구 육성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 군은 "UCL 연구자들과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Sagittarius A)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은하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단순 관측하는 게 아니라 이론천체물리 분야에서 설명 불가능한 현상을 설명 가능한 이론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군은 지난 8월 방문연구원 소속으로 영국에 건너갔다. 그는 2009년 12살 나이로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지만 최장 재학 연한 9년을 넘겨 제적당했다. 9년간 논문표절 의혹, 지도교수 부재 등으로 '떠돌이 연구생활'을 하다가 해외 연구자 추천으로 UCL 방문연구원이 됐다. 그는 이런 시련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고 현재 논문 작성에 한창이다.
송 군은 현재 도킹 지역 연구소에서 자전거로 30분 거리 자취방에서 생활 중이다. 화수목은 연구에 전념하고 나머지 시간은 런던에서 열리는 세미나 등에 참여한다고 한다. 현재 MSSL에는 연구자 약 200명이 연구하고 있고 60~70%가 영국에서 공부한 우수인재들이다.
그는 "연구하는 문화나 과학자들이 소통하는 방식도 크다"며 "한국이 아직 수직적인 분위기라면 영국은 수평적 분위기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오랜 과학역사가 있어 편견이 덜하고 공정한 편"이라면서 "과학역사가 상대적으로 초창기인 한국도 미래에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송 군은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데 대해선 "한국에서 연구할 때 쌓아놓은 기반으로 영국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사 학위는 받지 못했지만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다 크고 작은 시련을 겪는다"며 "저는 단지 시련을 일찍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군은 향후 박사학위 취득 계획에 대해선 "여러가지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UST에서 모든 교육과 연구를 끝냈기 때문에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빠르게 받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는 결과로 말할 뿐이고 부족하지만 항상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런던(영국)=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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