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한동훈 운명, 총선 성적표에…독배 될까 축배 될까

한상희 기자 2023. 12. 24. 0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승리 땐 대권 탄탄대로…지더라도 대통령에 할말하면 홀로서기"
박근혜 비대위 ‘중도확장’ 모범답안…황교안 사례 반면교사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 박수를 받으며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명운을 좌우할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위기에 빠진 당 상황을 수습하고 쇄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고 총선에서 승리하느냐 마느냐는 그의 정치적 운명과도 직결돼 있다. 한 전 장관이 받아든 잔이 '축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는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인준을 거쳐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한 뒤 연내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총선을 약 100일 앞두고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셈이다.

한 전 장관의 대권 주자 입지도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한 전 장관이 내년 총선을 지휘해 유의미한 결과를 내면 '미래 권력'으로 지도력을 입증할 수 있지만, 실패할 땐 당 안팎의 집중 공격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내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한 장관에게 엄청난 자산으로 남게 되고, 만약에 선거에 실패하면 정치적으로 완전히 더 이상 존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위기에 빠진 당의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한 전 장관의 등판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운명 공동체가 됐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으로 빠져들게 되고,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 전 장관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SBS라디오에서 "공도동망의 심정으로 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 입장으로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하에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쓴소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 성적이 좋아야 한 전 장관의 정치적 앞길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내에는 30년 가까이 검사로 살아온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감을 나타내는 시선도 있다. 판사 출신의 최재형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익숙했던 분들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보기엔 그런 의구심이 있고 야당도 그런 프레임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이 이런 우려를 딛고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를 참고할 수 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경제 민주화 등 대대적인 중도 확장 정책을 폈다. 결국 새누리당은 정권 심판론을 딛고 이듬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세종시 원안 사수, 임기 말 낙하산 인사 비판 등 같은 당 소속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며 대권을 잡았다.

반면교사로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있다. 황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잠룡으로 거론되며 각종 차기 여론조사에서 승승장구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하며 큰 타격을 입었고, 그 이후로 입지를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 역사상 1960년 4·19 혁명 이후 치러진 5대 총선 이후 6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었다.

설령 한 전 장관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총선 과정에서 차기 지도자로서 색깔을 분명하게 낸다면, '미래 권력'으로서 지도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에서 성공하면 경쟁자들보다 좋은 위치에서 대권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고, 지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한데,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면서 지면 대통령 측근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나름대로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