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통역사' 사표 내고…레드오션 뛰어든 50대 女 [방준식의 N잡 시대]
통역사 일하다 부동산 개발 뛰어들어
"투자 못 받은 물류 부지 매물로 쏟아져
2~3년뒤 공급 부족...개인은 리츠 투자해볼만"
"민간 기업에서 통역사로 일하다 송도신도시 프로젝트를 경험했어요. 아무것도 없던 빈 땅이 점점 도시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개발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하나의 커다란 종합 예술을 하는 것 같았죠. 50대가 되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마음을 먹고 직접 디벨로퍼로 뛰어들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이제는 3만평 규모 물류센터 프로젝트를 맡고 있죠. (웃음)"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았던 부동산 개발 분야는 물류센터다. 새벽 배송과 온라인 직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2년 전부터 물류센터 건설에 경쟁이 불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졌다. 시행사들이 너도나도 인허가받았지만, 착공도 못 하는 상황이다. 이자만 내면서 버티다 결국 물류 부지 매물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장에 한 전문가는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 전환이라는 트렌드가 변하지 않는 한 2~3년 뒤부터는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디벨로퍼 이홍숙 스페이스앤 대표(51)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부동산디벨로퍼 이홍숙 스페이스앤 대표(51) 입니다. 저는 금융권과 통역사로 일하다 부동산개발사에 들어갔어요. 50대를 앞두고 언제까지 회사 소속해서 일해야 하나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다 지인이 보유한 부동산을 명도를 진행해서 재건축하고 싶어 했어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게 2년 전 1인 기업으로 창업에 나섰습니다."
Q. 이력이 화려합니다.
"1990년대 취업시장에서는 금융권 계열이 인기였어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코리아에서 일했었죠. 그러다 어릴 때 해보고 싶었던 통역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법무부 장관 통역사에 64대1로 합격해서 일했죠. 하지만 공무원 쪽은 잘 안 맞더군요. 민간 기업에서 통역사로 일하다 송도신도시를 개발하는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일하면서 부동산 개발을 경험했죠."
Q. 왜 부동산 개발에 나섰나요.
"도시를 하나 만들다 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매력에 반했어요. 보통 시행사의 일은 종합 예술이라고들 말해요. 송도의 마스터플랜을 미국의 유명 회사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통역으로 시작해 개발 본부로 옮기면서 △컨벤션센터 △학교 △쇼핑몰 커널 워크 △아파트 단지 등의 계획을 짰죠.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울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계약서 하나 쓰는데 밤을 새웠죠. 그렇게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Q. 초기에 난항을 겪었다고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토지를 보고 있었어요. 3년 전에는 물류센터가 인기가 높았죠. 당시 산업단지 안에 있던 부지를 매도자 측과 협상을 시작했어요. 규모가 커 투자자를 모으고, 계약서까지 준비를 끝냈었는데 제3자가 나타나 일이 무산됐죠. 아마 당시에 계약을 맺었다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얼어붙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계획을 전환하셨다고요.
"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시행을 대행해 주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에 집중했어요. 한남동에 상업용 부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었는데 인허가 과정에서 매각하기를 원했어요. 비어있는 건물에 임대를 채우고 가치를 상승시켜 높은 금액에 매각을 성공하게 했죠. 한남동은 워낙 입지가 좋아 수익 창출이 가능했습니다. 토지가 비어 있어 고민인 클라이언트에게는 기획 컨설팅을 합니다. 상가를 짓고 싶다면 인허가를 받아주고 건축을 돕고 임대 컨설팅도 해주죠. 자금이 부족하면 금융 융통도 참여해 돕기도 하죠."
Q.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지금 충북 진천에서 3만평 규모(약 9만9173㎡)로 물류센터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상장된 제조회사의 부지를 활용한 사업에 PM 사로 선정됐죠. 현재는 토지 용도 변경을 위해 인허가 단계입니다. 이후에는 토지를 설계하고 공사를 하고 임차를 맞춰 수익 구조를 짜고, 현금화를 원하면 매각을 돕는 단계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Q. 1인 기업이 혼자 가능한가요.
"저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 중입니다. 4명의 각각 다른 대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보통 시행사도 5명 이하입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기 때문이죠. 그대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네트워킹이 성공 관건이죠. 관련 업계에서 노하우를 쌓았다면 소수라도 큰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해요. 대신 많은 전문집단 고용을 할 수 있어야 하죠. 설계사 시공사 금융사 분양대행사 임대차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죠. 그래야만 시행이라는 종합예술을 할 수 있어요."
Q. 최근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어떤가요.
"2년 전부터 정말 너도나도 물류센터 건설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허가받고 착공도 못 한 땅이 엄청 많죠. 물류 부지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새벽 배송 시장이 커졌어요.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죠. 그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온 창고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 결과 지자체에서 소방 조례가 까다롭게 바뀌었죠. 그러다 보니 인허가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금리 인상에 공사비 인상까지 겹쳤어요.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공사비가 조금만 올라도 감당이 안 되죠. PF대출도 막혔습니다. 수도권과 충청권 프로젝트들이 모두 초기 단계에서 사업이 멈춰 있어요."
Q. 위기를 기회로 보신다고요.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들이 제2 금융사에서 비싼 이자를 주고 브릿지론을 일으킨 곳이 많아요. 인허가받아 놓고 공사 착공하려면 본 PF 조달을 받아야 하죠. 그 후에는 매각을 통해 수익금을 가져가는데, 지금은 본 PF를 못해 이자만 내는 상황입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급하게 땅을 내놓고 있죠. 자금에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게 살 기회일 수 있어요."
Q. 물류센터가 포화 아닌가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착공이 제대로 된 곳이 없어요. 2~3년 뒤부터는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저온물류보다는 상온 물류 시장이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온물류 임대료는 상온 물류의 2배에요. 개발하는 입장에서 저온이 남는 금액이 많죠. 이천이나 여주 충북 지역에는 이런 저온물류가 포화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전환이라는 트렌드는 변하지 않아요. 대규모 신축 상온 물류센터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준공되는 내후년에는 시장이 조금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Q. 개인도 투자할 수 있나요.
"물류센터 프로젝트의 성공은 화주(임차인)를 채우는 것이 관건이죠. 준공 6개월 전부터 화주를 전부 채우면 높은 가격에 매각이 가능합니다. 이후에는 임대 수익을 기반해 자산운용사들에 매각해요. 다수의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리츠에도 팔기도 하죠. 과거에는 값비싼 부동산이라 엄두도 못 냈다면,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Q. 전망은 어떤가요.
"최근 외국계 블라인드펀드들을 통해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뭉칫돈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대부분 이자도 못 내는 시행사 물건을 노리고 있죠. 이천이나 여주 지방 거점지역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PF 상황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시행은 쉬어 가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상황을 지켜보다가 개발 쪽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Q. 직장인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회사에서는 다른 프로젝트를 돕는다고 추가로 대가를 받지는 않잖아요. 여러 일을 동시에 해도 월급은 그대로죠. 하지만 나와보니 A를 맡았는데 B를 하면 용역비를 받아요. 내가 스스로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죠. 자신의 네트워킹이 방대하다면 그것만 연결을 해줘도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항상 고민 중이고 변화 중이에요. 전 회사에 다녔던 40대 후배들이 전화를 해오곤 해요.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도 좋지만, 자신이 재능 경험이 있다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을 해주죠. 하지만 부동산 개발 사업은 한계가 있어요. 금융 시장과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죠. 실패하면 크게 망합니다. 저는 앞으로 갤러리 비즈니스에 관심이 커요. 심리치료와 함께 미술작품을 팔거나 작품을 대여하는 일이죠."
"과거 AJ그룹 면접 당시 회장님이 직접 말했어요. 제 이력서를 보고 직접 만나고 싶었다고요. 금융사에서 일하다 통역사, 부동산개발로 커리어가 넘나드니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다고 했죠. 한 회사에서 30년을 꾸준히 다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다양한 경험들이 네트워킹하는 데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지나쳐온 점들이 결국 하나의 선이 된 것 같습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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