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국경의 기독교 마을들, 숨죽인 성탄절 축하 -AP르포
텅빈 도심의 한 학교서 유엔군 성탄선물 전달
레바논 사망자 150명, 피난민은 7만 2437명
[아인 에벨 ( 레바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레바논 남쪽의 아인 에벨 등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마을들은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로 이스라엘과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용히 숨죽인 성탄절 축하행사를 거행했다.
아인 에벨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약 90km(56마일) 떨어진 레바논 나바티에주 상부 갈릴리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곳은 이 지역의 소수 기독교 마을 중 하나이며, 주변은 대부분 빈트즈베일과 같은 시아파 무슬림 마을로 둘러싸여 있다.
수도 베이루트의 레스토랑들이 성탄절 며칠 전부터 북적이고 전국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터에 군중이 몰리는 것과 달리 국경 마을들은 모두 텅 비어 있고 상가도 대부분 셔터를 내린 상태이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서 대부분 베이루트 등 접경 전투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친척이나 친지의 집으로 이미 피난을 가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전쟁이 시작된 이후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거의 매일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충돌했다.
AP통신 집계결과 지금까지 국경지역의 전투로 레바논 쪽에서 살해된 사람은 약 150명, 그 중의 대부분은 헤즈볼라 대원과 동맹 군사조직원들이며 17명의 민간인도 포함되어 있다.
유엔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발생한 피난민은 약 7만2437명에 달한다.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아인 에벨 마을에서는 유엔평화유지군이 23일 한 사립학교에서 약 250명의 어린이들에게 장난감 등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었다. 이 곳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아직 이 마을과 인근 르메이시, 데벨 마을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다.
이 곳 생-조셉 데 생-쾨르 학교 역시 이 지역의 대부분의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전투로 인해 문을 닫았고, 어린 학생 3명이 전투로 목숨을 잃었다.
아이들은 쇼르가의 10살, 12살, 14살 세 자매로 11월 5일 할머니 사미라 압둘-후세인 아유브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차량이 폭파되면서 모두 함께 숨졌다.
학교장인 마야 베이노 수녀는 "우리는 정말 전쟁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 마을의 4분의 3은 모두 ㄷ망쳤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모두 애도의 슬픔에 잠겨 있어 아무도 감히 집안에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노 교장은 그래도 성탄절 축하를 위한 작은 행사는 사람들의 사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곧 휴전이 이뤄지기만 하면, 우린 당장 학교를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학교에는 이웃 데벨 마을에 아직 살고 있는 샤르벨 루카(12)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장난감 배급을 받으러 나왔다. 루카는 처음에는 공습과 폭탄 폭음에 무서워 했지만 " 한참 지나고 나니 우리 모두가 거기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북부 레바논에서는 음울하고 쓸쓸한 성탄절에 설상가상으로 폭풍우와 홍수로 23일 도로까지 침수되었고 차량들이 격류에 떠다니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시리아 난민 어린이 4명이 살고 있던 집의 지붕이 무너지고 집이 홍수에 잠기면서 목숨을 잃었다.
국경에서 2km거리의 남부 마을 르메이시에서는 매일 공습과 포격으로 인근 산악지대에 연기가 가득해 "성탄절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밀라드 알라 시장이 AP기자에게 말했다.
지역 교회는 해마다 열던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를 보안상의 우려로 취소했지만 성탄절 당일 오전에 열기로 했다고 발펴했다. 산타 클로스도 일요일인 24일 오후에 마을에 남아있는 몇명의 아이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이건 축하 행사라기 보다는, 그냥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길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알람 시장은 설명했다.
다른 기독교 마을 라샤야 알푸카르 시는 거의 텅 빈 마을 중앙광장에 성탄절 트리를 세우고 색색의 조명등을 달아놓았다.
와심 알 칼릴 시의원은 "주민들 대부분이 안전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 학교 교육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 마을을 떠나 타지로 피난했다.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같은 노인들이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 마르완 압둘라는 전쟁으로 가족들이 모두 이산가족이 되어 전국의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멈춰서 모든 가족이 성탄절 축하를 위해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화와 사랑을 전파하러 오신 예수가 탄생한 이날 만이라도 조용히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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