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피해 차로 들어가는 길고양이들…"집 치우면 안 돼"
겨울집 설치하면 "치워라" 민원
물 얼을까 설탕물에 핫팩 놔둬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공무원 김영진(34)씨는 지난해 겨울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곤욕을 치렀다. 평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오랜만에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이상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김씨가 보닛을 열자 죽은 지 한참 지난 고양이 사체가 눌어붙어 있었다. 김씨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하다. 사비로 업체를 불러서 사체를 치웠는데 트라우마가 남아 한동안 차를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24일 뉴시스 취재 결과, 겨울철 고양이가 차량 엔진룸에 들어가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고양이는 평균체온이 약 38~39도로 사람보다 높아 추위를 더 쉽게 느낀다. 한파가 지속되면서 추위를 피해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는 고양이들이 많은 이유다.
차량이 출발할 때까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고양이들은 주행 중 도로에 떨어지기도 한다. 차도 한복판에 나온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고양이가 엔진룸에 들어간 상태에서 시동이 켜지면 엔진 열과 기계의 움직임으로 화상을 입거나 차에서 사망할 수 있다"며 "날씨가 추워질 때는 자동차 출발 전에 엔진룸을 '똑똑' 두드려서 고양이가 차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카라는 구체적으로 ▲차에 타기 전 엔진룸을 크게 여러 번 두드리고 ▲차 문을 닫을 때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닫고 ▲차에 타면 좌석에서 발을 쿵쿵 구르고 ▲경적을 울려 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차 안에 끼어서 나오지 못하는 고양이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해 고양이 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고양이 겨울집' 설치하자…"치워라" 민원에 몸살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실제로 겨울이 되면 밥자리에 고양이들이 훨씬 적게 나타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서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을 뿐, 고양이들이 많이 얼어 죽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캣맘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하는 '겨울집'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캣맘들은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겨울집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 송파구는 구민 청원에 응답해 고양이 겨울집 25개소를 근린공원과 하천변 등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겨울집은 인적이 드문 곳에 주로 설치됐다 2월 말이 되면 철거된다. 하지만 이마저 주민 민원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강동냥이 행복조합'에서 활동하는 '캣맘' 김모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자체가 주민 민원이 제기되면 겨울집을 바로 철거하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며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간의 문제가 아닌 동물의 생명 문제인 만큼 바로 철거하기보다 중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때로는 겨울집과 급식소가 폭력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중학생 A(14)군이 길고양이 급식소 2개를 둔기로 부쉈다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와 캣맘이 싫어서 급식소를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한에 물그릇 얼까 "설탕물 놔둬요"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겨울철 길고양이를 위한 작은 실천'을 소개했다. 겨울철에는 입구가 넓은 그릇보다는 입구가 좁고 깊은 그릇을,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 물그릇을 사용하면 물이 어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겨울철을 열량이 많이 필요한 만큼 평소보다 사료를 더 많이 주는 게 좋다. 캔 같은 습식사료는 건식사료보다 소화가 빨라 길고양이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열량을 섭취할 수 있고, 수분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캣맘 김씨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최소한 고양이집과 사료를 모른 척해주시는 것"이라며 "보기 싫어서 자꾸 치우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수록 고양이는 쓰레기를 뒤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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