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이도 뚜비도 같이 사는 가족인걸요"... 기부하는 앵무새, 달팽이, 도마뱀
개·고양이·햄스터·달팽이 100여 마리 동참
"부모가 자식 이름으로 기부하듯...더 뿌듯"
"반려동물도 가족이자 사회 일원 인식 확산"
"별이는 매월 2만 원씩 기부해요."
'별이'는 이영주(26)씨가 키우는 일곱 살 앵무새다. 2019년 입양한 별이는 이씨 가족에겐 특별하다. 이씨는 "별이는 앵무새지만 가족처럼 위안과 즐거움을 준다"며 "저는 자식이 없지만, 마치 자식처럼 귀엽고 애틋하다"고 했다. 평소 기부를 해온 이씨는 최근 별이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이씨는 "부모가 자식 이름으로 기부를 하듯, 별이 이름으로 기부하면 뜻깊을 것 같았다"며 "별이가 사회에 동참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들이 기부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양육인구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가족이나 연인 등에 버금가는 위치로 격상된 영향이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약 312만 명(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으로 추정된다. 기부단체인 사랑의열매는 올해 9월 반려동물 기부 프로그램인 '착한펫'을 만들었다. 개와 고양이 등 동물 종류에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달 30일 기준 개 86마리, 고양이 22마리, 도마뱀과 햄스터, 기니피그, 달팽이, 앵무새 등 100여 마리가 가입해 기부했다.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기부된 성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손병일 사랑의열매 전략모금본부 팀장은 "본인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보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의미가 큰 것 같다"며 "반려동물이 주는 사랑과 행복을 사회로 나누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개 2마리와 도마뱀 10여 마리를 기르는 이진아(33)씨는 도마뱀 '공주' 이름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최근 결혼을 한 이씨는 새 가정을 꾸린 것을 기념해 반려 도마뱀의 이름으로 기부를 결정했다. 이씨는 "내게 반려동물들은 한가족이나 다름없다"며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좋은 취지로 기부를 하듯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같이 좋은 일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얘기를 듣고 동참하고 싶다고 하는데, 선한 영향력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추모하기 위해 기부를 하기도 한다. 달팽이 9마리를 키우는 송근영(22)씨는 지난 9월 사망한 달팽이 '왕왕이'를 기억하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다. 왕왕이는 송씨가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한 달팽이였다. 송씨는 "왕왕이 이름으로 뭔가를 하면 계속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기부를 했다"며 "제 이름이 아닌 왕왕이의 이름으로 기부하니까 더 뿌듯하고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11년째 반려견 '뚜비'와 함께 사는 조동진(54)씨도 기부대열에 동참했다. 반려동물 인구 중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조씨는 "반려동물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경우 대부분이 비용 문제다"라며 "성금을 모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취약계층을 돕는다면 (비용 때문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뚜비 이름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를 통해 반려동물도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일원이고 가족이라는 의미가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6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애견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도 반려견 '몽실'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몽실이는 1993년 300㎞가량 떨어진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진도로 되돌아와 화제가 됐던 진돗개의 후손이다. 이 구청장은 "몽실이는 여섯 마리 중 유독 나를 잘 따라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든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며 "몽실이가 준 기쁨을 사회에 환원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몽실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게 됐고, 비록 동물이지만 사회에서 이들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하면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는 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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