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억 '먹튀'한 고깃집 사장 기소됐는데…피해금 변제 가능할까?

장성희 기자 2023. 1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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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오래 알고 지내던 동네 고깃집 사장 A씨(65)가 이웃들이 15년 동안 맡긴 돈을 갚지 않은 채 잠적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빌린 돈으로 백화점 VIP 생활을 해 왔다.

현재 피해금을 변제할 만큼 A씨의 사정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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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자 4명 중 3명은 돈 못 돌려받았다 왜?
경우 따라 파산 면책 가능…현실적으로 구제 어려워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지난 9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오래 알고 지내던 동네 고깃집 사장 A씨(65)가 이웃들이 15년 동안 맡긴 돈을 갚지 않은 채 잠적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피해액은 약 339억원에 달한다.

서울 서부지검은 지난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및 사기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을 추적해 보전 조치하는 등 노후 자금을 송두리째 잃은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금전적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기범 대부분의 경우 변제할 수 있는 자금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려주고 싶어도"…사기범 대부분 범죄수익 사용 24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전국범죄피해조사 2020'에 따르면 사기 피해액 전부를 변제받은 사람은 약 14%에 불과했다. 일부만 받은 피해자 비율을 합쳐도 약 26%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사기범 대부분이 이미 범죄수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오랜 기간 호화 생활을 해 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빌린 돈으로 백화점 VIP 생활을 해 왔다. 또 하루에 택배 배달만 12건을 하는 등 과소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DB

현재 피해금을 변제할 만큼 A씨의 사정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돈을 빌려 돈을 갚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지속하고 자금 압박을 받은 이후부터는 월 10%의 고이자를 지급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변제 능력이 충분치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런 '돌려막기' 사기범의 경우 생활비, 빚 탕감, 사치품 등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장기간 사기가 이루어진 경우 돈이 이미 사용되거나 빼돌려졌거나 아니면 소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은 돈이 없으니 민사소송도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금액을 고려할 때 10년 이상의 형량이 예상되는 데, A씨의 나이를 고려하면 돈 받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형 집행 후 소득이 생기거나 재산이 생겨야 재산 추징이 가능한데 장기간 복역을 하면 사실상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빚 독촉' 받는 피해자들도…구체책 없을까?

피해자 중에는 전 재산을 잃고 카드사로부터 빚 독촉 전화를 받으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보내지 못하는 이도 있다. 사기 피해 구제책은 없을까.

전 재산을 잃은 경우 파산면책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파산 면책이란 채무자가 자기 잘못이 아닌 불운으로 파산선고를 받았을 경우, 남은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법원이 면제시키 것이다.

양 변호사는 "사기를 당하고도 재산이 남아있다면 어렵겠지만 전 재산을 잃고 빚까지 떠안았다면 법원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며 "범죄 피해로 인해 발생한 채무임을 소명하면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면책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가 더 이상 변제 책임을 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개인의 이익 도모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국가가 더 나서 변제를 하면 오히려 사기 피해 숫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국가가 (사기 피해를) 구제해 준다고 하면 오히려 위험해 보이는 거래라도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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