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일본에서" 쟁여둔 엔화 꺼냈다…예금 5400억원 '뚝'

김남이 기자 2023. 12. 2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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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의 엔화 예금이 20여일 만에 5400억원 감소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조1375억엔으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596억엔(5424억원, 100엔=910원 기준) 감소했다.

연말을 앞두고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도 엔화예금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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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엔화예금 지난 11월말 대비 596억엔 감소...엔화 강세에 차익실현 매물 등 영향


주요 은행의 엔화 예금이 20여일 만에 5400억원 감소했다. 역대급 엔저로 최근 꾸준히 증가하던 엔화예금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 엔화강세와 연말 여행 수요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조1375억엔으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596억엔(5424억원, 100엔=910원 기준) 감소했다. 엔화예금은 역대급 '엔저 현상'에 힘입어 지난달 연중 최고치인 1조1971억엔까지 증가했었다. 전체 은행권 엔화예금 '월간 증가폭'도 지난달 역대 최고치였다.

이달 들어 엔화예금 잔액이 감소한 이유는 원/엔 환율 상승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100엔당 877.29원이었던 엔화 환율이 지난 14일 923.76원까지 올랐다. 2주 만에 46.47원이 올랐다. 지난 8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이달 초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이 퍼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급격한 엔화 가격 상승에 저가 매수에 나섰던 환테크(환율+재테크)족이 이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 18~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기로하면서 엔화 강세가 한풀 꺾였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이후 지난 21일 906.35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미국 달러화 환율과 내년 일본 통화정책의 전망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연말을 앞두고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도 엔화예금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오간 여객 수는 130만48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배 증가했다. 연말 연휴와 함께 5개월 만의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하 등이 여행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엔화가 출렁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저'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평균 100엔당 원화 환율은 올해 1분기 964.6원에서 지난 3분기 909.34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실질임금 상승 등을 확인할 때까지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내년 춘투(춘계임금협상) 결과를 가늠하며 내년 4월 회의까지 기다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테크를 위한 엔화예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예금은 이자가 0%이다. 시중은행이 엔화 대출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엔화 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는다. 또 사고팔 때 거래금액의 1.75%의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엔화강세로 엔화예금이 감소세를 보인다"며 "불필요하게 엔화를 많이 사두는 것은 금리와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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