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삼성맨 성과급 쇼크…7780만원 줬던 TSMC는?[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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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성과급이 급감했다. 20일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DS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이 12.5%라고 공지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하나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한다. 작년 상반기 100%에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점점 줄더니 이번에 12.5%로 쪼그라든 것이다. 매년 초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역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들어 3분기까지 DS부문이 12조6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TSMC는 어떨까. 지난 2월 TSMC는 성과급으로 직원 1인당 평균 187만대만달러(7780만원)를 지급했다.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줄었지만 3분기까지 원화로 28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기 때문에 성과급은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사업 현황을 살펴보자.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점유율 56.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는 11.7%로 2위를 기록했지만,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40%포인트가 훌쩍 넘는다. 대만은 TSMC외에도 UMC, 파워칩(PSMC), 뱅가드(VIS) 등 3개사가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중견 파운드리 업체도 여러 개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대만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 한국 기업이 60~7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존재감이 없지만 팹리스·파운드리 등으로 구성되는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강자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70%는 비메모리가 차지하고 메모리는 나머지 30%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과 TSMC 실적이 엇갈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작년 2분기까지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3분기는 TSMC가 12조9300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인 5조1200억원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급락 영향이 크다.
작년 4분기에는 TSMC와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익 격차가 13조원으로 확대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분기당 양사의 영업익 격차는 약 13조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3분기 TSMC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5467억3300만대만달러(22조7400억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6.5% 감소한 2280억6500만대만달러(9조5000억원)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41.7%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이는 3분기 TSMC의 매출에서 3나노(㎚·10억분의 1m), 5나노 및 7나노 반도체 비중이 각각 6%, 37%, 16%로 합계 59%에 달하는 등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320억~360억달러(41조6000억~46조8000억원)로 제시했으나 지난 6월 하단에 맞춘 320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설비투자(363억달러)보다 약 12% 줄어든 규모다.
지난 5일 대만 경제일보는 TSMC의 내년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6.3%~12.5% 줄어든 280억~300억 달러(36조4000억~39조 원)로 정해질 것이라는 루머가 대만 반도체업계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2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TSMC는 설비투자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으나 파운드리 업황이 둔화되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TSMC는 내년 설비투자 중점을 3나노 및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둘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53조1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자했으며 이중 90%인 47조9000억원을 DS부문이 차지했다. 올해 DS부문의 설비투자는 약 47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에서는 평택캠퍼스 3기(P3) 마감, 4기(P4) 골조 건설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 확보에 투자하며 파운드리사업부는 평택 생산라인 확충 및 미국 테일러공장 건설에 투자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설비투자는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TSMC와 단순비교는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의 설비투자가 전체 반도체 부문에서는 당분간 TSMC를 계속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
1~4위를 미국 기업이 휩쓸었지만, 5위를 대만 미디어텍이 차지했으며 7, 8위 노바텍, 리얼텍 등 대만기업이 3곳이나 진입한 건 다소 의외다. 이는 대만 팹리스산업이 TSMC, UMC 등 자국 파운드리 업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견고한 공급사슬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AMD의 리사 수 CEO가 대만계 미국인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말 개최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 '컴퓨텍스'에 참석하기 위해 2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10월과 11월에도 대만을 찾으면서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9일에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대만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궈딩 전 대만 경제부장관을 기념해 만든 제1회 리궈딩상을 수상할 때 젠슨 황이 깜짝 참석해 모리스 창을 축하했다. 젠슨 황은 "TSMC가 없었으면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모리스 창이 없었으면 TSMC도 없었을 것"이라고 모리스 창을 격찬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 창업 3년 째인 1995년 모리스 창에게 메일을 보내 반도체 위탁 생산을 문의하자, 모리스 창이 엔비디아로 전화를 걸어 자신을 찾았다며 28년에 걸친 TSMC와의 인연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밀어주고 당겨주는 대만 TSMC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도 대만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 파워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만 반도체 파워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아직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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