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우리도 오마카세 가자" 54만원 '탈탈'…되팔이꾼 판친다

연말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 각종 기념일이 몰리면서 유명 호텔과 식당의 예약권을 선점해 비싸게 판매하는 일명 '되팔기꾼'이 판을 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숙박권이나 유명 맛집 예약권을 선점한 뒤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양도비를 받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수단이나 방법은 없지만,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중고나라·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수천개에 달하는 유명 호텔·식당의 예약권 양도글이 올라와 있다. 연말 크리스마스, 송구영신 등 기념일에 예약이 몰리는 것을 겨냥해 해당 일자의 숙박권, 예약권을 비싼 값에 판매하는 행태다.

중고나라에는 크리스마스이브(12월 24일)에 청담동 고급 스시 오마카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예약권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브날 오후 6시 30분 저녁 오마카세 룸 자리를 양도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구매자가 해당 예약권을 얻기 위해서는 양도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식당 저녁 가격이 인당 22만원이란 것을 고려하면 2명이 54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호텔 숙박권을 양도비를 받고 되파는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근에 '호텔 숙박권'만 검색해도 5성급 호텔들의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연말인 31일에 해당하는 숙박권을 판매하는 글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이날 당근에서 한 판매자는 서울 시내 한 5성급 호텔 숙박권의 양도비를 2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숙박비까지 포함하면 기존 금액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양도글을 올린 이들 중 일부는 크리스마스이브, 송구영신(31일) 등 기념일 예약권을 다수 판매하는 일종의 '되팔기꾼'이다. 이들은 인기 시간대 예약을 선점해 판매하고 있는데, 해당 날짜, 시간에 예약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마땅치 않다. 현행법에서도 '암표' 행위를 불법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지만, 이를 온라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만 처벌할 수 있다. 최근 암표 거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최근에 암표상 처벌을 위해 '공연법'이 개정돼 처벌 조항이 마련되긴 했지만, 공연이 아닌 호텔·식당 등의 예약권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구매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오프라인으로만 암표를 처벌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법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되팔기꾼들로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관련 부서에서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야 하며 경찰에서도 신고센터를 마련하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