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 아낌없는 후원... 지역 문화예술 꽃 피운다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5년간 전국 후원금 1천100억원... 경기문화재단도 지원사업 시동
#1. 추상화가 안상훈 작가(47)는 지난 2019년부터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을 받았지만, 2021년부터 지원이 끊기면서 작품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나이 제한으로 공모전 참가도 어려워진 그에게 어느 날 든든한 후원 기업이 나타났다. 성남에 있는 벽산엔지니어링㈜이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임직원의 급여 중 1%를 모아 10여년간 문화예술 분야에 후원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2. 성정문화재단은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대상을 거머쥔 한 첼리스트를 17년간 후원하고 있다. 일찍이 그의 재능을 본 재단은 생활비, 교육비, 악기 구매, 음악 CD 제작 등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4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대한민국의 대표 첼리스트 ‘문태국’이다.
#3.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지난 2020년부터 인천문화재단의 ‘아트레인 메세나’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레인 메세나는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이를 통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후원·지원하고 있다. 이 ‘원데이 아트투어’엔 시민 300여명이 참여하고, 조윤경·황문정·김진영 등 참여예술가가 함께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후원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지역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소득격차에 따른 문화예술 향유의 격차도 줄어들게 한다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이뤄진 문화예술 후원금은 약 1천1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9년 306억6천만원의 후원금이 모인 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금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170억~180억원이 꾸준히 모아져 지역 문화예술 발전·예술인 창작지원·소외계층 문화예술 향유 등을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경기문화재단 역시 올해 ‘경기예술나무’ 브랜드를 만들어 문화예술 기부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예술을 모두가 함께 심고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은 지난 달부터 두 차례의 ‘경기예술나무 포럼’을 열어 지역, 장르가 다른 예술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정치계,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도 기부금 사업 ‘아트레인’을 추진해 문화예술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의 기관·기업과 연계한 메세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구입한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인천 미술문화 활성화를 하는 '미술 활성화 기획'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공공시설의 사회공헌 강화와 예비 예술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콘서트와 다목적홀을 예비예술인에게도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예술 후원이 곧바로 경제적인 효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후원은 기초예술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등 차세대 예술을 발전시켜 ‘K 컬쳐’의 토대가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문화 토양을 단단하게 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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