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적자인데 70% 뛴 이 증권사… 주가 올라도 웃을 수 없는 사연
본업인 수수료 이익 감소하며 적자 냈지만
블록체인 업황과 주가 연동 심화
“증권 본업보다 (블록체인 등) 신사업 추진에 더욱 강점을 지닌 증권사.”
지난 1년간 증권업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중 유일하게 한화투자증권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NH투자증권 소속 윤유동 연구원의 평가다. 두나무 지분 보유로 블록체인 사업 협력이 기대된다는 내용인데, 최근 한화투자증권 주가 흐름을 보면 윤 연구원의 의도와 달리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지만, 증권 본업이 아닌 가상자산 시장 회복세로 인해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임에도 비증권 이슈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부에서는 다소 난처해하는 기류가 읽힌다. 증권사가 아닌 블록체인 관련 테마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2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잠잠하던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번 급등락했다. 올 1월 2195원에서 2월 3905원(52주 신고가)으로 약 34% 상승한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이후 급락 전환해 20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달 초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 5일 3695원을 찍었다. 특히 발행 주식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우선주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이달만 해도 한화투자증권우는 지난 4~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70% 뛰었다.
주목할 점은 회사 실적이나 증권 이슈가 아닌, 블록체인 시장 동향에 따라 주가가 연동됐다는 점이다. 1월엔 두나무의 미국 나스닥 상장설, 이달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재료가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2월 두나무 보통주 약 200만주를 583억원에 매입해 지분 5.97%를 보유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은 블록체인 테마를 타고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때마다 탈출하고 있다. 2021년 대규모 매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3월 말만 해도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 수는 436만4270주(지분율 2.03%)였으나 같은 해 6월 말 기준 245만7727주(1.12%)로 43.7% 감소했다. 이 기간 한화투자증권이 일주일 사이 상한가를 두 번 기록하는 등 50%가량 올랐고,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역시 두나무의 미국 증시 상장설이 돌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정작 실적은 좋지 않았다. 당시 발표한 한화투자증권의 2020년 실적은 다른 증권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호황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서도 역성장했었다.
한화투자증권 본업 실적을 뜯어보면 투자자들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9억원, 당기순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기업투자(IB) 부문이 부진했고, 사모펀드 사적화해 등을 반영한 충당금을 설정한 것이 적자 전환의 주요 요인이 됐다.
본업인 수수료 수익은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누적 597억원에서 548억원으로 약 8.2% 감소했다. 여기서 수수료 비용을 뺀 이익의 경우 500억원에서 460억원으로 8.0% 감소했다.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은 1년 새 반토막 났다. 이외에도 파생상품경가및거래이익, 대출채권평가 및 처분이익, 외환거래 이익 등 이자수익을 제외한 수익이 모두 감소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증권가 안팎에선 변동성이 큰 신사업에 집중할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와 두나무 등 미래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큰 사업으로 손실을 크게 봐온 전적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지분 10%를 보유한 토스뱅크가 지난해 1분기부터 내리 적자를 보고, 두나무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은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재무 건전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의 위험 대응여력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이 전년보다 279%포인트 떨어졌는데, 두나무 지분가치가 하락하면서 영업용순자본이 줄어든 영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3월 새로 취임한 한두희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를 불확실성 극복과 지속가능경영 기반 구축을 꼽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권희백 전(前) 대표 당시 디지털 전환·젊은 조직문화 도입 등에 초점을 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올해도 디지털 자산 가격 및 동향에 따라 주가가 연동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 등 본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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