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건설 ‘공사 중단’ 선언한 대조1구역 가보니… “조합 내분에 조합원들만 울상”

방재혁 기자 2023.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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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10분 정도 걷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펜스가 보였다.

한 조합원은 "공사 중단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며 "이 재건축이 마지막 희망인데 현대건설이 철수해서 무산되면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조1구역 조합원들로부터 공사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년 1월 1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이 와해되면서 시공사 협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공사 중단이라는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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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착공했지만 올 상반기 분양 못 해
“공사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 걸려”

“공사를 우선 진행하고 소송이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일반 조합원들만 볼모로 잡혀서 피해를 보고 있는 거죠.”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21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방재혁 기자

지난 21일 오후,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10분 정도 걷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펜스가 보였다. 최저 영하 13도를 기록한 날씨에 해가 짧아지면서 오후 4시쯤부터 인부들이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사 현장은 기초공사만 겨우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최근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 중단’을 예고하면서 주목 받은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상황이 복잡하다며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은평구 대조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에서 내분이 일어났고 여러 소송이 걸려있어서 상황이 복잡하다”며 “현대건설이 철수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 조합원은 “공사 중단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며 “이 재건축이 마지막 희망인데 현대건설이 철수해서 무산되면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21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방재혁 기자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대조1구역 재개발에서 철수 의사를 밝혔다. 대조1구역 조합원들로부터 공사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년 1월 1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조합은 집행부 내분으로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조1구역 재개발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28개 동 2451가구 규모의 아파트(힐스테이트 메디알레)를 짓는 사업이다. 규모가 크고 내년 말 개통 예정인 GTX-A 연신내역 도보권에 위치하는 등 입지가 좋아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로 꼽혔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17년 6월이었다. 이후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어 주민 이주 및 철거 작업이 진행됐는데, 이 시기에 조합 내분으로 착공 시기가 2021년 말에서 2022년 10월로 늦춰졌다. 하지만 착공 이후에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조합장 직무 정지 등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서 조합이 와해됐다. 결국 올 상반기 예정됐던 분양은 없던 일이 됐다.

조합이 공사비를 지급하려면 일반 분양을 실시해야 한다. 분양을 하려면 조합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대조1구역 조합장 자리는 지난 2월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다. 법원이 직무대행을 지정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항고로 총회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이번 달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다음 달부터 인력·장비를 철수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이 착공 이후 회수하지 못한 공사비 규모는 총 18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가 문제가 되면서 내부 갈등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조합장 선거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직무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후 새로운 집행부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더 이상의 문제 제기가 없도록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런 때 일수록 조합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서 조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조1구역 공사 중단 사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과는 양상이 다르다. 조합이 와해되면서 시공사 협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공사 중단이라는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합이 정상화 된다고 해도 공사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업체들은 공사가 중단되면 다른 일감에 착수하기 때문에 조합이 정상화되더라도 단기간에 공사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합을 정상화하고 일반 분양, 공사비 지급까지도 시간이 걸리는데 현재는 조합 정상화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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