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없다고?…일본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많다

김상희 기자 2023.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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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마에카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 소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 독도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으며, 불과 몇 년 전에도 반일 감정이 격해져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일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안보, 문화 등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서로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가 편을 나누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는 양국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특히 한미일 삼각공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 스타트업들도 일본 혁신 생태계와 적극 협력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이 과거와 같은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인구 1억 명이 넘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고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 혁신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이도 나타나고 있어 우리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머니투데이는 마에카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이하 제트로) 서울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혁신 생태계의 특성을 살펴보고 한국과의 협업과 시너지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제트로는 일본의 무역진흥기관으로 1958년 특수법인으로 출범해 2003년 10월 현재의 독립 행정법인으로 전환됐다. 현재 70개 이상의 해외 거점과 도쿄 본부, 오사카 본부, 아시아 경제 연구소, 국내 사무소 등 50여 곳의 일본 국내 거점을 운영 중이며,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일 투자 촉진, 중견·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수행한다. 조사·연구활동으로 일본 기업 활동과 통상 정책을 지원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서울 사무소는 1967년 설립 이후 한일 경제교류 촉진을 위한 정보 발신과 각종 사업을 진행한다.

마에카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 소장/사진제공=JETRO

-일본 혁신 생태계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세계 3위의 경제 규모와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많고, 이러한 기업들이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를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나 대학, 정부 연구 기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탄생하는 딥테크도 강점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저조한 창업률과 인재 유동성, 영어 능력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본은 전자,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혁신 리더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같은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기업의 신진대사가 부진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소위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메타), 아마존)라고 불리는 거대 IT기업들이 너무나 강해진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겪는 공통 문제라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협력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나?
▶스케일업(규모 확대)을 목표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스타트업들의 협력을 촉진해 나가기보다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양국 에코 시스템(생태계)의 협력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이 양국 어느 에코 시스템에서나 지원받을 수 있다면 효율적으로 스타트업을 스케일업 시킬 수 있고, 그러한 기업이 많아지면 미국과 유럽의 VC(벤처캐피털) 투자도 늘릴 수 있다.
구체적 협력 분야로는 한일 양국에서 인기가 높은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의 콘텐츠, 한일 공동의 과제인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DX(디지털 전환)와 GX(그린 전환), 코스메틱과 뷰티산업, 딥테크, 헬스케어, 제조업 등에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고령화 문제, 출산율 감소라는 인구 문제를 겪고 있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구 구조 변화는 경제와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인구는 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 같은 시대에 고령자와 같은 미활용 인재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속적인 성장과 투자를 위해서는 인구 감소와 인력 감소의 속도가 중첩되지 않도록 미활용 인재의 리스킬링(새로운 기술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일 스타트업에 모두 해당되는 사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 스케일업하려면 얼리 스테이지(창업 초기 단계)부터 미국계 VC의 투자를 받고 멘토링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성별, 국적 차원에서 경영진을 다양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는 일본에서도 IPO(기업공개)를 통해 엑시트를 추진하려는 기업이 많지만, 예전만큼 M&A(인수합병)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 참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외국 기업의 일본에서의 IPO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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