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여성을 '웰니스' 집착으로 몰아넣는가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3.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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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과거 한국에서도 열풍이었던 '웰빙' 산업은 근래에는 '웰니스'란 이름 아래 서구 시장에서 확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적어도 건강과 미용에 연관된 분야에서는 SNS를 통해 서구의 트렌드가 빠르게 번지는 걸 볼 수 있죠(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일 풀링' 같은 걸 해본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대부분이 으레 그렇듯 웰니스 트렌드도 주로 여성들을 통해 확산됩니다. 물론 여성들이 이런 분야에 보다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가디언 기사는 특히 여성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이를 구조적으로 푸는 대신 개인의 '자기계발'로 해결할 것을 채근하는 사회를 지적합니다. 여러 제반 조건이 서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에서도 곧 여기서 소개하는 각종 웰니스 상품들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미리 대처해 볼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Maria Medem/The Guardian

5년 전 어느 날 오후, 내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입술은 타이어처럼 너무 두꺼워져서 말을 못할 지경이었다. 응급실에서 에피네프린,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를 혼합 투여해서 얼굴 붓기를 가라앉힌 의사들은 왜 더 빨리 오지 않았냐며 나를 꾸짖었다. 질식사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노출과도 뚜렷한 연관성이 없어 기이한 사건이었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피부에 혹이 생기더니 팔다리에 솟아올랐다 가라앉았다. 손목에는 골프공만 한 혹이, 엉덩이에는 자몽만 한 혹이 생겼다. 손가락은 소세지만큼 두꺼워졌고 입술도 부풀었다. 나는 저녁 약속을 어기고 회의에 빠지고 여행을 미루는 데 점차 익숙해져 갔다. 아이들은 '엄마의 괴물 같은 얼굴'을 흉내내듯 볼을 부풀리며 무시하는 방식으로 애써 무서움을 감추었다.

이름 모를 증상이 있을 때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알러지, 면역학, 류머티즘, 소화기 전문의들을 찾아다녔다. 유리병에는 혈액을, 용기에는 대변을 채웠다. 그러나 이 전문가들은 각자의 전문 지식에서 한계에 도달했고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채 나를 다음 전문가에게 넘겼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웰니스'(wellness)의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류 의학이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웰니스 산업은 답이 넘쳐난다.

내 건강보험이 일부라도 적용되는 것으로 좁혀진 병원의 소속 의사 목록을 보던 중, 나는 기능의학, 신체 요법, 부티크 업체, 다이어트 코치의 형태로 갖춰진 솔루션의 세계를 발견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 원인을 치료하고 완전히 없애 준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가 독성 염증, 히스타민 불내증, 곰팡이 노출, 닭고기와 조개와 초콜릿에 대한 민감증, 휴면 상태인 라임병, 중금속 중독, 모성, 잠복 중이었다가 새로 깨어난 트라우마,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결핍을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약과 가루약,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담과 더불어 채소, 수프, 당연히 마음챙김(mindfulness)까지 공들여 조합하면 나아질 것이란다.

'웰니스라는 이름의 복음'을 쓴 저널리스트 겸 작가 리나 라파엘은 말한다. 웰니스 산업은 "확신을 주면서 대중을 제대로 끌어모은다. 이들은 말한다. '당신을 확실하게 도와줄 수 있어요. 이 보조제는 증상을 제대로 치료해줄 거예요. 이 식단을 실천하면, 통증이 싹 사라질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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