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7나노칩 성능 기대 이하... “中 반도체, 美 제재 속 자립 어렵다”
미 IT전문지 “테스트 결과 3년 전 나온 퀄컴 칩보다 성능 못해”
FT “조 단위 자금 쏟아부어 만들어냈지만, 미 제재 속 반도체 자립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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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기업 화웨이는 8월29일 미국 반도체 제재를 뚫고 7나노급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장착한 최신 스마트폰을 출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죠. 많은 국내외 매체가 미국 제재의 벽이 무너지고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이뤄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이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미국 IT 전문지가 이 AP의 성능 검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검사 결과 제재 이전인 2020년 화웨이가 대만 TSMC에 위탁해 제조했던 5나노급 AP보다 성능이나 전력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요. 3년 전 제품보다 못하다는 겁니다.
경제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도 30% 수준이라고 해요. 주력 제품 수율이 90%를 넘어가는 삼성전자나 대만 TSMC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비용을 더 들여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테아 켄들러 미 상무부 수출통제담당 차관보도 미 하원 청문회에서 “칩의 성능과 수율 측면에서 시장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이라면서 “수년 전 자사 제품에 장착한 칩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했어요.
◇그래픽 처리 능력, 배터리 수명 떨어져
미국 IT 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12월18일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기린 9000S’ AP와 제재 이전에 대만 TSMC에 맡겨 생산했던 ‘기린 9000′의 성능 비교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성능 비교 사이트 나노리뷰가 여러 성능 검사 프로그램을 동원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해요.
비교 결과 일반적인 정보 처리 능력은 ‘기린 9000S’가 기존 ‘기린 9000′과 비슷하거나 일부 나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반면 그래픽 처리 능력은 검사 프로그램에 따라 20~33%가량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전력 효율도 10%가량 떨어졌습니다. 나노리뷰는 ‘기린 9000S’와 삼성 갤럭시 S21에 들어간 퀄컴 스냅드래곤 888도 비교했는데, 결과는 비슷했어요. 3년 전 나온 스냅드래곤 888이 ‘기린 9000S’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 성능과 전력 효율이 떨어지면 고성능 모바일 게임을 하기가 쉽지 않고 배터리도 훨씬 빨리 닳겠죠. 중국 내에서는 애국심에 호소해 팔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더는 삼성전자나 애플의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공정 복잡하고 불량률 70%”
기린 9000S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조했어요. 7 나노급 이상 첨단 반도체를 만들려면 네덜란드 ASML사가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합니다. 실리콘 웨이퍼에 극자외선을 투사해 나노 단위의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는 장비죠.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이 장비를 살 수 없다 보니 이전 단계 설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7나노 칩을 만드는 공정을 채택했습니다. SMIC가 스카우트한 대만 TSMC 출신 기술자들이 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고 해요.
문제는 DUV로 7나노 반도체를 만들려면 공정이 아주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V로 7나노 반도체를 제조할 때는 공정이 7단계인데, DUV를 이용하면 34단계 공정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더군요.
더 큰 문제는 불량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FT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시험 생산 단계에서 ‘기린 9000S’의 수율은 30% 수준이었다”고 보도했어요. 쉽게 말해 100개를 만들면 30개 정도만 정상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화웨이 신형 노트북에 들어간 5나노급 CPU(중앙처리장치)도 ‘기린 9000S’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해요.
◇최종 목표는 AI칩 자급이지만...
공정이 복잡해지고 수율이 낮으면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SMIC와 화웨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요. 화웨이가 작년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은 9억4800만 달러(약 1조2300억원)나 됩니다. SMIC가 지난 3년간 받은 정부 보조금도 68억8000만 위안(약 1조2500억원)에 이른다고 해요.
중국이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 자립에 매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작년 반도체 수입액이 4300억 달러로 원유 수입액(2200억 달러)의 두 배 수준이에요. 자급률이 17%도 안 됩니다. 고부가가치 제조업 국가로 도약하려면 반도체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할 상황인 거죠.
시 주석은 여러 차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력갱생을 주문했습니다. 시 주석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중국 반도체 업계는 자립하는듯한 시늉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죠.
궁극적인 목표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인공지능(AI) 칩 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AI 칩의 대중 수출을 강도 높게 통제하고 있죠.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어떻게든 자력으로 AI 칩을 개발해 미국과 맞서겠다는 뜻입니다.
◇“재고 부품, 소재 2~3년 내 바닥”
문제는 이런 대약진운동 방식으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중국은 2020년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시작되자 DUV 장비 신제품과 중고제품, 각종 부품, 원재료 등을 최대한 사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장비와 원재료로 7나노급 반도체를 만들어냈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참여하는 대중 반도체 제재로 DUV 장비와 부품, 원자재 공급 등이 전면 중단됩니다. 고장이 나도 부품 공급이나 사후관리(AS)가 불가능해져요. 그동안 사모은 부품과 원재료도 2~3년이면 재고가 바닥난다고 FT는 전했습니다.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는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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