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문방구…학령 인구 감소에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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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 건너편 아림사 문구에 불이 켜졌다.
문구점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학령 인구 감소의 탓이 크다.
손 씨가 혜화초 앞에 처음 자리 잡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7~8곳에 달하던 문구점은 이제는 아림사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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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여곳 감소 추세…대형마트·전자상거래에 직격탄
'문구점 인증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호소
지친 표정으로 허기를 귤로 때워가며 텅 빈 문구점을 지키던 손 씨는 학생들이 들어오자 금세 웃는 얼굴로 맞았다. 이 학생들을 포함해 이날 오후 2시까지 손님은 총 4명뿐이었다. 손 씨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며 "지금도 이걸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 '문방구'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구소매점은 매년 500여곳씩 감소하는 추세다. 2012년 1만4731곳이던 문구소매점은 2013년 1만3496곳, 2014년 1만2364곳, 2016년 1만963곳, 2017년 1만620곳, 2018년 9826곳, 2019년 9468곳 등 급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운영 중인 전국 문구소매점은 8000~8500곳에 그쳤다.
문구점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학령 인구 감소의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00년대 1138만명에서 2022년 750만명으로 줄었다. 2072년에는 27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씨는 "내년도 혜화초 신입생이 56명이라더라"면서 "전체 학년을 다 합해도 40년 전 한 학년 인원수도 안 된다"고 했다. 손 씨가 혜화초 앞에 처음 자리 잡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7~8곳에 달하던 문구점은 이제는 아림사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옛날엔 문구점 뿐만 아니라 서점도 많았는데 이제는 다 없어졌다"며 "10년 전엔 2곳 정도 남았는데 그마저도 5년 전에 1곳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고 아쉬워했다.
대형마트,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발전도 문구점의 쇠퇴를 가속화했다. 값싼 학용품 공세, 온라인을 통한 간편한 거래 등에 학교 앞 문구점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서울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앞에서 60년째 성도문구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환(70) 씨는 "내가 문구점 사장이라도 손주들한테 뭘 가져다줄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사면 바로 다음날 오지 않냐"며 "그나마 남아 있는 애들도 대형마트 같은 곳에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볼펜 하나를 사려고 해도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 않냐"며 "문구점은 없어질 사업"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재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차장은 "문구점이 어려운 이유로 학습준비물 제도가 크다"며 "학교에서 준비물을 다 제공하는데 문구점을 찾겠냐"고 했다.
이 차장은 문구점을 살리기 위해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문구류 같은 경우 아무 소매업체나 참여 가능하다"며 "문구점을 실제로 운영하는 업체만 등록할 수 있도록 문구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문구소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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