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득점 4경기 연속 0골' 맨유, 웨스트햄에 0-2 완패…리그 3경기 연속 무승 → 8위로 추락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또 다시 무득점에 그치면서 순위까지 내려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3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0-2로 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요즘 페이스가 좋지 않다. 지난 다섯 번의 리그 경기에서 2승 1무 2패로 주춤한 성적을 냈다. 특히 본머스에 0-3으로 졌고, 직전에는 리버풀과 득점 없이 비겼다. 시즌 내내 불안정한 모습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하루빨리 부진을 끊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발 라인업에 처음보는 이름이 등장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웨스트햄전을 준비하며 선수단에 질병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라파엘 바란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수비에 변화가 상당했다. 센터백 구성에 애를 먹었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고민 끝에 아카데미에서 뛰는 2004년생 윌리 캄브왈라를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비롯해 라스무스 호일룬이 최전방에서 웨스트햄 골망을 노렸고,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브루노 페르난데스, 안토니가 2선에서 화력을 지원했다. 3선은 코비 마이누와 스콧 맥토미니가 호흡을 맞췄고, 포백은 루크 쇼, 조니 에반스, 캄브왈라, 아론 완-비사카로 구성했다. 골문은 안드레 오나나가 지켰다.
홈팀인 웨스트햄도 흐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승점 1점 뒤진 9위였던 웨스트햄은 리그에서는 2연승으로 괜찮았으나 주중 치른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 리버풀에 1-5로 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물로 리그 3연승에 도전한 웨스트햄은 자로드 보웬을 톱에 두고 루카스 파케타, 제임스 워드-프라우스, 모하메드 쿠두스를 2선에 배치했다. 토마스 수첵과 에드손 알바레스가 포백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에메르송, 커트 주마, 콘스탄티노스 마브로파노스, 블라디미르 쿠팔이 최후방 수비진을 구축했다. 골문은 알폰세 아레올라의 몫이었다.
초반에는 웨스트햄이 공격을 주도했다. 킥오프 4분 만에 에메르송이 오른쪽 박스 안으로 침투해 왼발 슈팅을 시도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오나나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한숨 돌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왼쪽을 파고들며 해법을 찾았다. 쇼가 공격적으로 올라와 크로스를 시도했고, 가르나초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흐름을 바꾸려 노력했다. 웨스트햄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섰고, 보웬이 위력적인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웨스트햄이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안토니가 패스 미스를 하고 무리하게 수비를 앞에 두고 돌파를 시도하는 등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전반 내내 웅크리고 있지 않았다. 웨스트햄도 전반 중반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전반 34분 웨스트햄이 후방 패스 실수를 틈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상대 진영에서 안토니가 볼을 가로채자 가르나초가 빠르게 왼쪽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안토니의 패스도 절묘했다. 그런데 가르나초의 슈팅이 부정확했다. 디딤발이 꼬였는지 오른발 뒤꿈치로 시도한 슈팅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4분 뒤 가르나초에게 또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안토니의 패스를 쿠팔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스피드가 붙은 가르나초가 빠르게 내달렸다. 이번에는 왼발 슈팅 각도를 잘 만들었지만 파케타가 슬라이딩 태클로 방해해 득점에 실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도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혼전 상황에서 아크 정면으로 흐른 볼을 마이누가 잡아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레올라 골키퍼가 손을 뻗어 막아내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반 갈수록 점유율을 가져오긴 했으나 득점 없이 후반을 기대해야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들어 또 다시 초반 페이스를 놓쳤다. 후반 10분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보웬에게 힘이 실린 헤더를 허용하며 위기에 빠졌는데 오나나 골키퍼가 동물적인 방어를 선보였다. 흐름이 답답한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12분 호일룬을 불러들이고 마커스 래시포드를 투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좀처럼 넘어간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후방 빌드업도 불안해 웨스트햄에 공격권을 계속 넘겨줬다. 간헐적인 기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23분 래시포드가 왼쪽 깊숙하게 파고든 뒤 문전으로 내준 낮고 빠른 크로스가 가르나초에게 연결되기 전에 끊겨 마무리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국 무너졌다. 후반 27분 보웬과 파케타의 2대1 로빙 패스에 수비가 무너졌다. 파케타의 패스에 맞춰 보웬에게 수비 뒷공간이 뚫렸고, 오나나가 첫 슈팅을 막기도 했지만 끝내 실점으로 이어졌다.
기선을 내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곧장 안토니를 빼고 파쿤도 펠레스트리를 투입했다. 반격을 도모했으나 자멸했다. 후반 33분 마이누가 후방에서 볼을 제대로 잡지 못해 위기를 헌납했다. 웨스트햄은 파케타의 패스를 이어받은 쿠두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막바지 세르히오 레길론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교체 카드로 활용해 봤지만 별다른 반향을 만들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전후반 90분의 정규 시간이 모두 지나고 6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시점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기 진영을 벗어나지 못했다.
추격을 위해 더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도 불안한 후방 빌드업에 기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이자 공식전 4경기 내리 무득점의 좋지 않은 결과가 이어졌다.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비록 리버풀 원정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대패가 예상되던 상황을 무승부로 바꾸면서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행보는 극과 극이었다.
리버풀은 리그에서 단 한 번의 패배가 말해주듯 순조로운 질주를 이어왔다.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승부 없이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리버풀 원정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전(0-3 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전(0-1)의 연이은 패배로 걱정을 안겼다.
오죽하면 지난 시즌 7-0의 기록적인 스코어가 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있었다. 리버풀은 지난 3월 홈에서 펼쳐진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7골을 퍼부은 바 있다. 당시 후반에만 6골을 터뜨리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격차를 제대로 보여줬다.
실제로도 일방적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상대로 90분간 슈팅수 6대34, 볼 점유율 31%대69%, 코너킥수 0대12 등 여러 지표에서 열세였다. 이런 기록의 차이는 전반부터 극명하게 갈린 접근법에서 나왔다. 리버풀은 공격에 힘을 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수비에 집중했다.
그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4개의 소나기 슈팅을 모두 견뎌내며 값진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연패로 끌고가지 않았기에 나름 자신감을 얻었던 원정길이었고, 웨스트햄을 상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 내내 웨스트햄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줬고, 무득점이 4경기째 이어지면서 힘없이 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수비 구멍으로 19살 신예 센터백을 데뷔시켜야 할 만큼 후방이 불안해진 가운데 공격까지 힘을 잃어 한동안 부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도력에 의심이 커지는 텐 하흐 감독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패배다.
득점이 사라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격진들의 평점도 형편이 없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직후 안토니(6.7점), 호일룬(6.1점), 래시포드(5.9점), 가르나초(5.8점) 등 공격수들을 낮게 평가했다.
또 다른 통계 업체 '소파스코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빈공을 끊어내지 못한 공격수들에게 6점대의 혹평을 가했다. 소파스코어에서도 안토니(6.9점), 호일룬(6.7점), 가르나초(6.2점) 등 모두 기대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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