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부모 반대하는데, 서사원 어린이집 문 닫는다

한겨레21 2023. 12. 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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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고][연속기고―돌봄노동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⑤ 보육의 공공성]
모든 영유아 보육의 국가 책임 강화해야 하는데… ‘장애통합보육반’ 운영한 어린이집 ‘민영화’라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종료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모습.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위탁 어린이집 교사 제공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민주(33)씨의 여섯 살 자녀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위탁운영하는 응암행복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매일 등원하며 매번 하루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는 노래를 부르고, 질문하고, 친구 이름을 기억하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또래에겐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지만, 오씨와 그 자녀에겐 큰 변화이자 행복이었다. 오씨의 자녀는 희귀질환으로 다른 아이보다 발달이 더딘 발달지연아동이다. 아이는 이 어린이집의 ‘장애통합보육반’에 다니는데,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돌본다.

그러나 지금 오씨의 행복은 계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서사원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서사원이 공공위탁시설 운영을 종료한다는 자체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그동안은 사회서비스원 소속 보육교사와 서사원이 위탁운영하는 기관에서 ‘공공돌봄’을 제공해왔는데, 서사원이 보육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던 국공립어린이집 6곳의 위탁을 종료하고 민간에 위탁하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 공공이 확실히 책임진다고 하더니

초저출생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일 먼저 나온 정책이 ‘보육의 공공성’이었다. 굳이 공공보육과 민간보육의 차이를 논하기에 앞서, 자녀 출산을 꺼리는 젊은 세대에게 공공보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2022년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함께하는 사회’를 내걸고 ①보육의 공공성 강화 ②보육 지원체계 개편 ③보육서비스 품질 향상 ④부모 양육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3년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을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으로, 정부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실천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잘못된 결정으로 이르고 있다. 2019년 서울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만들어진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공공성이 아닌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서울시의 경우 서사원이 위탁운영해온 공공어린이집을 종료하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보육의 공적 보장이야말로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안정적 육아를 가능케 하는 저출생 해결 정책의 근간이다. 서울시의 공공돌봄 축소 정책은 오히려 이에 정면으로 역행할 뿐이다.

이용 학부모 98.1% “서사원이 낫다”

그동안 서사원은 장애통합을 비롯해 다양한 취약보육, 영유아 발달검사, 문화재단 연계 사업, 안과 검진 등의 공공돌봄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서사원을 이용하는 부모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4월 서사원 산하 어린이집 원아 324명의 부모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0%는 ‘운영 중단을 반대’하고, 98.1%가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서사원의 돌봄이 낫다’고 했다. 대부분의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장애아동 보육은 공공성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장애아동 보육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통합교육이 필수적인데, 이것이 민간에선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동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도할 교사도, 인프라도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 유형과 그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인적 요구에 적합한 통합교육을 받도록 규정한다. 통합교육은 유아에게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른 또래와 협력하는 경험을 통해 전인적 발달을 이루는 교육적 가치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과의 놀이를 통해 인지, 언어,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게 된다.

최근 통합교육은 ‘장애유아가 비장애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통합된다’는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모든 유아가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통합교육은 장애아동만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가진 모든 아이가 어울려 생활하면서 각자의 능력과 특성에 맞게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다. 따라서 통합교육이 지향하는 것은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아동에게도 바람직한 교육이며, 이런 통합교육을 보장하는 곳은 민간위탁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공공위탁 국공립어린이집이어야 한다.

길 위로 나선 교사와 부모, 혼란스러운 아이들

공공성은 개인이 아닌 공공의 이익, 즉 공동선을 지향한다. 공공의 이익은 시대성과 사회성을 반영하고 이는 정책으로 반영돼야 한다. 영유아 보육 정책은 장애아를 포함한 모든 영유아의 보호와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또 보호자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지원해 가정복지를 증진하는 것 역시 영유아 보육 정책의 목적에 포함된다. 아동보육의 공공성은 보육서비스 대상의 보편성을 뜻한다. 즉, 장애아를 포함한 모든 영유아의 보육에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보육 대상을 돌봄 위험에 처한 아동에서 모든 아동으로 확대해나가는 이 시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그들의 교사와 부모를 거리로 내동댕이치는 서사원의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과거로의 역행일 뿐이다.

‘영유아보육법’에는 보육의 책임자를 밝히고 있다. 모든 국민과 보호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의 책임이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보육시설을 확충할 책임이 있다. 서울시와 서사원은 공공보육의 책임자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공공보육을 위해 앞장섰던 서사원이 책임을 민간에 넘기며 거꾸로 가는지, 아니면 장애아를 포함한 모든 아동의 ‘완전 통합’을 위해 한발 더 앞서가는지를.

최윤희 광운대 교수·<특수아 상담>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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