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서관서 잠자던 ‘광개토왕비 탁본’, 백여 년 만에 공개
[앵커]
프랑스에서 1917년 기증됐다는 기록이 있는 광개토왕비 탁본이 발견됐습니다.
한 학술연구기관 도서관 서고 작은 상자 안에 보관돼 있던 탁본을, 최근 한 사서가 찾아낸 건데요.
KBS가 이 귀중한 사료를 처음 촬영해 공개합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길이 6미터에 이르는 두루마리를 펼치니 한자 수백 자가 빼곡히 찍혀 있습니다.
고구려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중국 지린성 지안에 세운 비석의 글을 탁본한 것입니다.
균열이 있는 곳이나 글자가 깨진 비석 면에는 숯을 발라 찍은 석회 탁본입니다.
프랑스 유명 고등학술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 내 아시아학회 도서관 사서가 최근 발견했습니다.
[아미나 아부드레만/아시아학회 도서관 사서 : "작은 상자 안에 (탁본이) 접혀 있었고,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탁본이 들어 있어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런 탁본은 약 100여 종, 주로 중국에 있고 한국과 일본에도 일부가 전해집니다.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서구권에서 광개토왕비 탁본이 발견된 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탁본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과 혼동돼 100여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 국내 한 교수가 확인해 그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박대재/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 "'샤반느 수집본(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보다는 (제작 시기가) 좀 늦고 '규장각본(서울대 소장본)'보다는 좀 더 시기가 빠른 것으로 1910년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이 패턴을 가지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광개토왕비 탁본은 4개 면을 찍어 4개 장으로 돼 있는데, 이 탁본은 3면이 없고, 2면이 두 장 중복돼 있는 게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탁본 중 유일합니다.
중복된 탁본의 존재는 당시 탁본 제작 방식이나 연대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사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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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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