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 60년…‘한강의 기적’ 종잣돈 만들었다
[앵커]
그제(21일)는 우리나라가 독일에 광부를 파견한 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파독근로자들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아마 불가능했을 겁니다.
파독 광부 60년의 의미를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60년 전 12월 김포공항, 파독 광부 123명이 장도에 올랐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8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국 땅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하 1킬로미터 탄광에서 하루 8시간 씩 일했습니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막장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신병윤/파독 광부 : "글뤽 아우프(살아서 돌아오라). 글뤽 아우프는 광산에서 인사입니다.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숨울 쉬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50킬로그램 넘는 쇳덩이를 이고 탄을 캤습니다.
[신병윤/파독 광부 : "거의 천 미터 쯤되면 40도가 됩니다. 무거워. 장비가. 왜냐하면 그 장비가 우리한테 맞는 게 아니란거죠."]
파독 간호사들도 청소와 간병 등 온갖 일을 감당했습니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된 한국인은 약 2만 명에 달합니다.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솝니다.
이곳은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정착을 위해 조성된 마을입니다. 2천년대 초부터 조성됐습니다. 현재도 20여명의 파독근로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정착한 신병윤 씨는 1971년부터 20년 가까이 독일에서 일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신병윤/파독 광부 : "지열이 있으니까 덥고 탄 먼지는 계속 날아다니고. 생고생했죠. 고생 많이 했죠."]
역시 이곳에 살고 있는 이정희 씨는 20년간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하루 하루가 위기의 연속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정희/파독 간호사 : "병동에 전화벨이 울리잖아요. 그러면 당황하게 되죠. 잘 못 알아듣잖아요."]
마을엔 파독 전시관이 있습니다.
파독근로자들은 1달러의 외화도 소중했던 대한민국에 수입 대부분을 송금했습니다.
송금액은 많게는 한국의 연간 총 수출의 2%에 육박할 정도의 거금이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것을 담보로 독일 정부로부터 1억 5900만 마르크를 빌렸습니다.
이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종잣돈이 됐습니다.
이제는 7,80대가 된 파독 근로자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눈시울을 붉히는 분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여러분의 땀과 헌신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었고, 여러분의 삶이 곧 우리나라의 현대사였습니다."]
이들의 땀과 헌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정희/파독 간호사 : "정말 자기 먹는 것 외에는 다 한국에 돈을 부쳤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줬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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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기자 (hk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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