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순직 인정됐지만‥보상금으로 또 '눈물'
[뉴스데스크]
◀ 앵커 ▶
전두환 정권 당시 만들어졌던 '경비교도대'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교도소에서 군 복무를 하는 건데요.
이 경비교도대에 있던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습니다.
진상 조사 결과 '가혹행위' 탓이었던 게 26년 만에 밝혀져 순직 인정을 받았지만, 유족들은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는데요.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청년.
경비교도대에서 군 복무를 하던 김성철 씨는 스물 둘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음악과 기타를 좋아하던 곰살궂은 오빠가 갑자기 떠날 줄, 동생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교도소 측이 내놓은 이유는 이성 문제였습니다.
김 씨가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기록한 겁니다.
하지만 오빠가 당시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걸 알았던 동생은 교도소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성진/고 김성철 일교(일병) 동생] "여자 문제라고 공공기록물 같은 거에 남겼대요. (오빠가) 여자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굉장히 어이가 없었죠."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김 씨는 가혹행위 때문에 사망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가 반합 뚜껑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을 당하거나, 고참과 간부들의 이름을 외우게 강요 받았던 겁니다.
위원회는 "부대 내 만연한 구타와 욕설, 가혹행위와 이를 묵인한 부대의 관리 소홀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사망한 지 26년 만인 지난 2021년, '순직'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족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있었습니다.
순직한 데 따른 사망급여금, 보상금을 받지 못한 겁니다.
의무경찰의 경우, "순직한 때로부터 5년 이내에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경비교도대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뒤늦게 순직 인정을 받아도 보상 받을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빠르게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 유족들이 그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게끔 해야 되는데, 유족들의 아픔을 2배, 3배로 더 크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군 복무를 해도 어디서 근무했느냐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두고 있는 현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현재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중에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수년 간의 싸움을 이어온 유족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명예 회복, 더 나아가 국가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김성진/고 김성철 일교(일병) 동생] "돈으로는 설명이 안 되죠. 오빠는 순직 결정이 되어도 살아오지는 못하지만, 살아오는 거 다음으로 좋은 게 명예회복이에요."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 영상편집: 정지영 / 그래픽: 이미예,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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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지은 / 영상편집: 정지영 / 그래픽: 이미예, 김은지
홍의표 기자(euyp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56073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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