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히브리어 동원한 하마스 매복…이스라엘 고전 중
인질 오인사살 요인 됐을 수도…"이스라엘군 정당성 깎고 분열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아이 울음소리, 히브리어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 하마스의 매복, 부비트랩 작전으로 이스라엘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이스라엘군(IDF)은 교전 현장에서 울음소리, 히브리어로 말하는 소리 등의 녹음이 들린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근 지역에서 인질을 수색하는 이스라엘군을 속이려는 시도라고 군 지휘부는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시가전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복장으로 건물에서 건물로 달려가며, 부비트랩과 미끼로 이스라엘군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 드론과 로봇을 배치한 이스라엘군에 하마스는 속임수와 기습작전, 매복 같은 구식 전술로 맞서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IDF가 이런 가운데 하마스 전사 사살과 인질 구출이라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전쟁에서 터널과 매복 작전을 자랑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잘 갖춰진 군대 중 하나인 점령군에 맞서 고국을 위해 싸우는 소규모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은 지난 20일 텔레그램 채널에서 "카삼 여단의 무자헤딘(전사)들이 칸유니스 동쪽 터널 입구에 부비트랩을 설치할 수 있었다"며 점령군이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폭파돼 일부가 죽고 다쳤다"고 밝혔다.
같은 날 IDF는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약 1천500개의 지하 터널과 통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WP가 만난 한 IDF 정찰부대 한 중령은 최근 가자 중심부의 한 건물에서 작전 중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출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중령은 또 과거 팔레스타인 한 남성이 피 묻은 흰색 깃발을 흔들며 이스라엘군에 다가왔던 때를 회상했다. 이 팔레스타인 남성은 당시 근처 건물에서 이 장면이 촬영되는 동안 하마스가 자신에게 이스라엘군에 항복하라고 시켰다고 나중에 털어놨다.
중령은 촬영을 진행하던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쏘는 장면을 찍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하마스가 자신이 속한 군대를 살피는 중이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곳은 없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IDF가 자국 인질 3명을 오인사격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당시 인질들은 자신들이 하마스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웃통은 벗고 급하게 만든 백기를 들고 있었다. 주변엔 'SOS'라는 말과 함께 히브리어로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 적힌 표지판이 있었다.
IDF는 당시 병사들이 교전 규칙을 어긴 것이라고 인정했다.
텔아비브대 국가안보연구소의 코비 마이클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속임수는) 하마스가 '킬존'(kill zone)으로 미리 준비해놓은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연구원은 히브리어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녹음은 시간이 가면서 효과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여전히 도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마치 '봐라, 너희들이 강하긴 하지만 우린 계속 너희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아마도 이미 "지치고 겁에 질려있을 것"이라며 하마스의 기만작전으로 방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그는 내다봤다.
다만 50년 이상 이스라엘의 전쟁을 보도해온 국가안보 평론가 론 벤-이샤이는 인질 오인 사살이 하마스의 유인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윤리적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질 3명에 대한 총격은 성급하게 이뤄졌다"며 "내가 직접 목격한 하마스의 전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또 "모든 군인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은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 중동연구 네타넬 플라머 선임 연구원은 "하마스의 기만과 속임수 전술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시가전의 복잡성을 이용해 무고한 민간인에게 해를 입히고,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내부 분열을 조성, 군사 작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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