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문수 신부 "맛있어서 가는 식당으로 인식되길"…3천원 김치찌개로 전하는 '위로'

강지영 2023. 12. 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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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물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뛰다 보니 식비를 줄이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힘내라는 말 대신 단돈 3천원 김치찌개로 위로를 전하고 있는 분입니다. 이문수 신부님을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문수/신부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반갑습니다. 식당을 운영해 계시지만 사실 본업은 신부님이신데 사실 어떻게 이 가게를 열게 된 것부터 그 계기가 참 궁금해져요.

[이문수/신부 : 몇 년 전에 서울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청년분이 굶주림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요. 그걸 계기로 저희가 청년들을 위해서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그렇다면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해서 시작이 됐습니다.

[앵커]

시작은 그렇게 해서 됐지만 청년들을 위해서 연 식당이지만 청년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요.

[이문수/신부 : 예. 그 청년으로 한정, 정하는 범위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남녀노소나 누구나 자유롭게 오시는 그런 식당 중에 청년들도 편하게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다 오실 수 있는 그런 식당입니다.]

[앵커]

저희가 앞서 언급 드렸지만, 김치찌개 1인분에 3,000원. 요즘 1만 원 이하로 사실 뭔가를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 돼버려서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거든요, 사실은.

[이문수/신부 :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은 물가가 더 많이 올라서 말씀하신 것처럼 적자인데 또 감사하게도 우리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하시는 많은 후원자분들이 계셔서요. 그분들 덕분에 또 이렇게 식당을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2017년에 처음 문을 연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뒤로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거든요. 기억나시는 게 있을까요?

[이문수/신부 : 사실은 힘든 순간은 별로 없었고.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주셔서요. 기대하지 않았던 그런 응원과 격려를 저희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행입니다. 저렴해서 가는 식당이 아니라 맛있어서 가는 식당으로 알려지고 싶다. 그만큼 맛을 보장한다는 얘기기도 하겠죠.

[이문수/신부 :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부터도 좀 맛이 없는 식당은 잘 안 가게 되니까요. 그래도 청년들을 위해서 만들었는데 청년들에게 맛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식당이 될 테니까.]

[앵커]

그렇군요. 그래서 어려운 청년들이 가는 식당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담겨있고요.

[이문수/신부 : 저희 식당의 시작은 그런 안타까운 일로 시작이 되긴 했지만, 저희는 청년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렇습니다.

[앵커]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2000여 명이 함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도 큰 어려움 없이 운영해 오신 것 같은데. 서울 정릉에서 처음 시작하셨지만 이제 제주에 4호점까지 있다라고 들었습니다. 오히려 영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고 있는 거네요.

[이문수/신부 : 그러니까 저희에게 후원해 주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청년들을 위해서 사용해 달라고 후원해 주시는 거니까요. 크고 화려한 식당은 아니지만 여러 곳에 식당들이 있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여러 개가 되었습니다.]

[앵커]

듣다 보니까 궁금해지는 게요. 사실 많은 반찬들도 있고 한국 음식이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왜 김치찌개였을까도 궁금하거든요.

[이문수/신부 : 처음에는 후배 권유 때문이었는데 그러니까 하다 보니까 이 김치찌개가 집밥 느낌이 나더라고요.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음식은 흔히 말하는 집밥 혹은 가정식 백반 이런 부류의 음식이었는데 이렇게 단품 메뉴로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나마 김치찌개는 아마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제일 좀 집에서 먹는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맞아요. 집밥은 김치찌개와 해서 반찬들이 있으니까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그런데 신부님의 목표가 150호 점까지 오픈하는 거다.

[이문수/신부 : 그러니까 사실은 필요하다면 더 많은 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거고요. 사실은 저희가 빨리 문 닫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런 식당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없어져도 괜찮을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지금 당장은 많은 도움이 필요한 150호점까지 필요하게 확장됐으면 좋겠다, 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운영을 하시는 거네요.

[이문수/신부 :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면 더 많은 곳에 식당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궁극적으로는.

[앵커]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아까 어려운 점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그렇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 정말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회를 위해서 좀 도움이 되고 있구나.

[이문수/신부 : 그러니까 사실 저는 자식이 없지만 청년분들이나 청소년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그분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되게 흐뭇하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또 청년들이 위로받았다는 이야기를 해 줄 때 저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청년분들에게 좀 위로와 희망이 전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도 굉장히 행복합니다.

[앵커]

사실 마음이 채워지려면 배부터 조금 채워져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문수/신부 :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식당 운영뿐만 아니라 2030 청년영화제, 그러니까 청년들을 위해서 정말 다양한 문화 활동을 또 하고 계세요.

[이문수/신부 : 일단은 제가 계속해서 다양한 청년들을 좀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일들을 하게 됐고요. 또 청년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점들이 우리 청년들에게 좀 더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진다면 좋겠다. 그러니까 물론 젊은 시절에는 자기의 꿈을 향해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이렇게 달려가는 시간이긴 한데 그러다 보니까 시야가 좁고 그래서 또 조급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불안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 시야를 넓히고 또 마음의 여유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들을 또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실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문수/신부 :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너무나 빨리 바쁘게 변하는 시대니까요. 그럴수록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치찌개로 그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이문수 신부님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이문수/신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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