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의 4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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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여권은 특검법 통과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 법은 정당한 절차와 체계를 갖춘 공정한 규정이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대원칙이다. 그 누구라도 비켜 갈 수 없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진영논리를 떠나 법 자체가 정당한지 우선 따져야 한다. 정치적 구호와 비방을 걷어내고 상식과 법리의 관점에서 특검법안을 뜯어볼 경우 크게 4가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명칭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말 그대로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밝히겠다는 얘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년~2012년에 벌어졌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2012년 3월 결혼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사건 자체가 현재 대통령 자리와 아무 관련이 없고 대다수가 결혼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권력형 비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도 이미 이뤄졌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관계자들에게 계좌를 맡긴 90여명의 전주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에서 1년 반 동안 수사선상에 있었지만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국정농단 특검의 경우 교섭단체 중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토록 했다. 비록 같은 야당이지만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치 성향 등이 많은 면에서 달랐다는 건 자명하다. 지난해 처리된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특검에서는 교섭단체들이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부터 각각 2명씩 추천받아 이 중에서 2명의 후보자를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판사 출신 한 법률전문가는 "한마디로 애초 특검 후보를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국한한 법안"이라며 "일방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런 식의 특검을 추진한 건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특검법에서는 수사대상을 '사망 사건과 연관된 공군 내 성폭력, 2차 피해 유발 등 불법행위와 이와 관련된 국방부, 공군본부 내 은폐, 무마, 회유 등 직무유기' 등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해놨다.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한 변호사는 "이전 특검에 비해서 조사 대상 범위가 너무 넓다"며 "무엇이든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되는 것은 언제든 수사할 수 있도록 해놓은 셈"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과거 국정농단 특검법 등에서도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반박한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문재인정부 들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인권보호 차원에서 수사상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보 규정' 등을 만들었다. 윤석열정부에서 해당 규정을 일부 수정했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았다. 달라진 브리핑 기준이 이번 특검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법치주의 앞에 어떤 성역도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선동과 여론몰이가 법치를 흔들어서도 안 된다. 무엇이 옳은지 냉정히 따져볼 때다. 국민이 대한민국 입법부를 책임질 인물을 따지고 정책을 들여다봐야할 시점에 '특검발 뉴스'가 언론을 뒤덮기에는 이번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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