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반지하 살았다" 누군가 두고간 봉투, 그 안엔 두둑한 저금통

김자아 기자 2023. 12. 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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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에 '중곡동에 살았던 주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기부자가 기부금을 두고 갔다./광진구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추운 연말을 보내는 이웃들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보낸 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23일 광진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에서 저금통과 편지가 발견됐다. 저금통에는 동전 25만6170원,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편지봉투에는 두 장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10만원이 담겼다. 누군가 35만원이 넘는 금액을 남기고 간 것이다.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전 6시50분쯤 청소하시던 분이 현관에서 종량제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내용물이 쓰레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센터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그 안에 편지와 저금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자가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이날 새벽에 놓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곡동에 살았던 주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기부자가 쓴 편지./광진구

기부자는 자신을 ‘중곡동 반지하방에 살았던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곡동,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지만 따듯하게 잘 지냈다”며 “비가 많았던 어느 날은 방으로 스민 빗물 속에 안타까움도 있었고, 추웠던 어떤 날에는 보일러가 망가져서 야속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건강하게 따뜻하게 살 수 있어 그 모든 일들이 어떤 하루 같은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꼭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중곡동에서의 기억을 담담하게 적었다.

이어 “열심히는 아니었겠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열심히 지내시는 분들께 쓰이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았지만 따듯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그리고 비록 초라했을지라도 밝은 꿈을 꾸며 지낼 수 있던 중곡동에 고마움을 나눈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모았을 후원금과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전해 감동을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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