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500만원 뛴 ‘지우개’…색까지 칠했더니 만화속 건담 그 자체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3. 12. 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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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현국 작가의 가샤퐁 도색 작품
가샤퐁? 가챠폰? 가챠퐁? 뭐가 맞는건가요!
40~50대 중년들은 누구나 어린시절 문방구 앞에서 일명 ‘뽑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겁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레버를 ‘드륵드륵’ 돌리면 동그란 플라스틱 캡슐이 나오고 ‘뽕’하고 열어보면 조잡한 장난감이 랜덤으로 들어있는 자판기입니다.

레버를 돌릴때 ‘가차가차(ガチャガチャ)’, 캡슐을 열때 ‘폰(ポン)’이라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가챠폰’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챠가챠’ ‘가샤가샤’라고 불렸다가 1982년에 ‘가샤퐁’이란 상표를 일본 최대 장난감 회사인 BANDAI에서 등록해 사용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런 형식의 장난감 뽑기를 ‘가샤폰’, ‘가챠폰’, ‘가샤퐁’, ‘가챠퐁’등 다양하게 부르지만 그 의미는 같습니다.

80년대 뽑기(좌), 현재의 가샤퐁(우) [위키백과]
뽑기기계를 처음 만든건 1907년 미국 ‘토머스 아담스 껌’이라는 회사가 공 형태의 풍선껌을 뽑는 머신을 만든 것이 최초이고 65년 ‘페니상사’라는 일본회사가 장난감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의 가격은 10엔이었고 이 때문에 당시에는 ‘10엔 완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장난감의 퀄리티를 높이면서 가격도 오르게 되며 지금의 가챠기계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만화잡지인 ‘소년점프’의 황금시대와 함께 캐릭터 완구들이 들어간 가챠 머신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육맨 지우개’‘SD건담 가샤퐁 전사 시리즈’입니다. 이 제품들의 히트 시리즈로 인해 가샤퐁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붐을 맞이하게 됩니다.

SD건담 가샤퐁 전사 시리즈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휴대용 게임기의 대중화로 인해 가샤퐁은 인기를 잃었지만 1998년에 등장한 ‘디즈니 캡슐 월드’가 소형 피규어와 액세서리로 여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게 되고 소비자층의 저변 확대로 인해 상품의 다양성이 크게 향상되고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면서 가격을 높인 프리미엄 가샤퐁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때부터 200엔, 300엔, 400엔 등 고가의 제품이 늘어나게 됩니다.
SD건담 가샤퐁 전사
85년 요코이 화백의 데포르메(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일부 변형, 과장, 축소, 왜곡을 가해서 표현하는 기법)그림체를 기반으로 한 ‘SD건담 가샤퐁 전사’ 발매가 되는데 기존의 데포르메 건담에서 한층 더 축약된 슈퍼데포르메(SD)로 전개되면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SD건담 가샤퐁 전사’ 간케시
100엔 한캡슐에 2개씩 들어있던 제품들은 당시 지우개 재질로 만든 제품들도 나오는데 건담 지우개(간다무 케시고무) 간케시라 불리웠습니다. 여담으로 ‘SD건담 가샤퐁 전사’의 인기가 너무 좋다보니 아이들이 용돈을 거의 가샤퐁에 탕진하는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학부모들과 교육계의 불만이 터지자 ‘이건 사실 학용품입니다. 지우개라구요!’라는 이미지를 씌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연필에 꽂을 수 있는 구멍이 생겼고 아이들은 지우개를 산다는 핑계로 계속 뽑았다고 하죠. 굉장히 유력한 썰이라고 합니다.

하네다, 나리타공항에 가면 대형 가샤퐁 매장이 있는데 이런 문구가 써 있습니다.‘왠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엄청 인기있는 장난감입니다. 한번 해보세요.’ 앞으로도 가샤퐁의 인기가 식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100엔짜리가 수백만원에 거래 되기도
495,000엔에 거래되고 있는 가샤퐁
지금 현재 초창기 ‘SD건담 가샤퐁 전사’ 같은 경우는 굉장히 비싼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던것도 신기한데 그 당시 간케시를 수집하던 아이들이 중년이 되어 경제력이 뒷받침 되면서 당시의 추억을 찾는 현상입니다. 일반적인 캐릭터는 수만원에서 레어템들은 수백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바람’ 소현국 작가의 가샤퐁
단색의 고무덩어리였던 가샤퐁이 작가의 붓질에 어느새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듯 자태를 뽑냅니다. 이번 ‘퇴근후 방구석 공방’에서는 커뮤니티에서 가샤퐁 아크릴 붓도색 작가로 유명한 ‘바람’ 소현국 작가를 만나 봤습니다.

“가샤퐁 고무건담들은 기본적으로 말랑거려서 도색시 갈라짐이 발생할 수 있어 도색전 경화과정을 거쳐야 해요. 경화를 하면 돌처럼 단단해져서 사포질도 가능하고 퍼티 작업시에도 용이해집니다. 고무에 옹이나 깊은 흠집이 생긴 경우 퍼티로 이를 평탄하게 해줍니다.”

고무 건담 경화 , 약간의 수축이 발생한다(오른쪽)
“경화는 라커신너 혹은 레진워시에 3일에서 일주일정도 담궈 두면 되는데 레진워시를 추천 합니다. 독한 냄새가 거의 없어서 사용하기가 라커신너보다 훨씬 편합니다. 그래두 작업시에는 환풍이 잘되는 곳에서 작업하시길 바랍니다. 고무를 꺼내서 며칠 더 자연건조를 해주면 더 딱딱하게 됩니다. 원리는 고무속의 기포를 용액의 어떤 성분들이 기화시켜 딱딱하게 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경화를 하면 약간의 수축이 발생합니다.”
소현국 작가의 도색과정, 동전과 비교되는 크기가 인상적이다.
“처음 도색 취미를 시작했을 때는 HG건담 위주로 수집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 용돈만 생기면 SD건담을 모았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SD건담에 대한 애정이 훨씬 컸었죠. 그러다 우연히 건프라 카페에서 고무건담을 접했는데 더 어린 시절 뽑기로 뽑아서 늘 주머니 가득 들고 다니던 고무건담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제가 첨으로 만난 건담이 고무건담이었으니 첫사랑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무투가 드래곤 (위) 스페리얼 드래곤(아래)
‘무투가 드래곤’ 과 ‘스페리얼 드래곤’입니다.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것이 특징입니다. 기본적인 명암도색이 돋보이고 스페리얼 드래곤 같은 경우 GOLD NMM(방구석 공방 13화 참조)이 돋보입니다.
무위황대장군
‘무위황대장군’은 고무건담의 놀라운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몰드가 빽빽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만 날개의 디테일이 표현이 안되어있어 문양을 하나하나 그려주었다고 합니다. 보석의 표현 또한 일품입니다.
마크3 대장군
‘마크3 대장군’입니다. 마크3가 기반이라 도색하고 나면 꽤 잘생긴 모습입니다. 흰 바탕에 금색과 적색이 어울어져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머리와 가슴의 문양도 상당히 디테일합니다.
사룡황
말이 필요없는 ‘사룡황’입니다. sd등급에서도 천정부지 값이 오르고 있고 가샤퐁도 몇년전에 비하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디테일은 고무건담중에서도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앞, 뒤, 옆 할 것없이 디테일로 꽉꽉 채워진 느낌입니다. 특히 한땀한땀 명암을 표현한 날개의 문양은 작가의 역량을 다 쏟아 부은듯합니다.
무사 갓마루
무사 갓마루는 갓 건담을 베이스로 일본풍 디자인을 곁들인 모습입니다. 투구나 복장 등은 사무라이의 색채가 짙고 다리나 팔뚝 등에서 갓 건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 있습니다. 역시나 화려한 모습에 디테일한 도색들. 특히 어깨와 가슴의 문장까지 디테일하게 도색되었습니다.
검객로즈
금신화편의 주력중 한명인 ‘검객로즈‘ 입니다. 생소한 친구라서 자료를 찾아 봤는데 작례가 부족해 뒤쪽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색 설정했다고 하는데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굉천
여러 건담들의 갑주를 달고 다니는 ‘굉천’입니다. 기본 클래식 고무건담은 pg급 가격(10만원이상)인데 가격에 비해 너무 볼품이 없어서 다른 모델러가 새롭게 만든 버젼이라고 합니다. 이 리뉴얼 된 새로운 버전도 결국 프리미엄이 붙어 구하기 어려워 졌다고 하네요.
파이널 포뮬러
슈페리얼 드래곤과 얼터너 티브 드래곤의 합체 유닛인 ‘슈페리얼 포뮬러 파이널 드래곤’. 이름이 길기도 하네요. 이 작품도 조형사가 리파인해서 전반적으로 더 화려해진 리뉴얼 버전입니다.
신세대장군
‘신세대장군’ 재질이 고무임에도 디테일이 잘 재현되어 있지만 도색하는 입장에서는 몰더가 뭉개진 데가 많아 쉽지 않았습니다. 대충 고무결대로 칠하면 결과물은 쉽게 나오지만 최대한 원작의 디테일과 멋졌던 부분을 재현해 보고 싶어 매번 디테일을 다듬어 보지만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결국 도색으로 디테일을 커버해 완벽하게 디테일을 재현했네요.
개투신 윙
회려한 날개가 너무 인상적인 ‘개투신 윙 강화버전’ 입니다. 무장과 날개까지 조형이 화려함을 그대로 품고 있고 디테일또한 상당히 잘 나왔습니다. ‘바람’작가의 특기인 ‘보석’ 도색이 화려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느낌입니다.
신성기사 윙
SDX의 ‘윙기사’를 가샤퐁 사이즈로 만든 레진입니다. 불과 얼음 속성을 반반 가진 건담이고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이펙트를 가졌습니다. 날개,이펙트,보석, 부분부분 세밀히 신경쓴 작가의 표현력이 놀랍습니다.
은밀장군
완타무부장군인줄 알고 처음 도색을 시작했는데 칠하다 보니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고 자료를 찾았더니 ‘은밀장군’이라고 합니다. 가샤퐁의 바리에이션이 워낙 넓어 이렇게 처음 듣고 보는 캐릭터들도 많다고 합니다. 100원 보다 더 작은 50원 짜리만한 녀석입니다.
검객 야크트도가, 중전사 볼트건담, 드라곤 팔레스, 헥사영 헥사엘더
윙 시리즈
다양한 도색 작품들
다양한 도색 작품들
“최근 몇년간 고무건담 작업에 매진하고 있어요. 작업을 해보니 붓칠 도색용으로 고무건담이 가장 수월합니다. 사실 SD건담도 작업 순서는 비슷한데 고무건담에 비해 사이즈도 크고 관절 부분 도색이 벗겨지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거든요. 고무건담은 사이즈가 아주 작다보니 결과물 내는 속도도 빠르고 완성작들이 훨씬 귀여운 느낌이죠. 다만 사이즈가 워낙 작아 섬세한 도색을 위해 확대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작업 피로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도 완성작을 만나는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작품 구상을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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