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30분 기다렸는데…"와 너무하네" 속 터진 사람들
서울 심야 시간대 택시 운행량 감소
기사 고령화로 주간 운행 선호
"같이 있던 친구들도 택시 잡는 걸 도와줬지만 30분 넘도록 못 잡았어요. 거리에서 택시를 직접 잡아보기도 했지만 애초에 도로에 택시가 없더라고요."
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주 주말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16일 연말 모임을 마치고 오후 11시 30분부터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는 그는 "을지로3가역에서 고양시 덕양구까지 가는 택시를 불렀다"며 "다음날 오전 아르바이트가 있어 집에 가야 했는데 결국 택시를 잡지 못해 친구 집에서 머물다 다음 날 첫 차 타고 귀가했다"고 털어놨다.
연말이면 매년 잡기 힘든 택시라지만 올해는 더욱 잡기 힘든 모양새다. 12월 들어 주중·주말 구분 없이 대중교통이 끊기지 않은 자정 이전 시간대에도 택시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일 저녁 9시경, 여의도 식당가 인근에선 직장인 3명이 택시를 잡느라 애먹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들은 "와 진짜 안 잡히네", "연말이라 해도 너무하다", "'블루(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배차가 쉬운 대신 3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옵션)'로 해도 안 된다"고 말하며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최근 영화를 보고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택시를 못 잡아 결국 심야 버스를 탔다는 20대 김모 씨는 "처음엔 거리가 너무 짧아서 못 잡은 건가 생각했지만, 15분 남짓의 시간 동안 정거장까지 걸어가며 택시를 못 잡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며 "오래 기다려 탄 심야버스는 역시나 꽉 차 있었고, '택시를 못 잡아서 겨우 버스를 탔다'고 통화하는 목소리도 들렸다"고 토로했다.
택시를 잡기 힘든 건 택시 기사가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기사 고령화 등의 이유로 심야 시간대 택시 운행량 또한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택시 기사의 수는 2019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7만9862명이던 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시기에 큰 폭으로 줄어 지난해 6만9509명으로 1만명가량 줄었다. 택시 요금이 오른 올해(10월 기준)도 6만9252명의 택시 기사가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돼, 요금 인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심야 택시 운행량도 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심야 택시 운행 대수는 평균 2만1617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2만6566대) 대비 5000대가량 줄었다.
개인택시 운전사인 60대 이모 씨는 "새벽 2~3시까지 근무하면 익일 근무에 지장이 생긴다"며 심야 운행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택시가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여겨지면서 택시업을 '보조 수입' 격으로 삼는 이가 많다"며 생업형 기사의 부재를 심야 택시 운행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목·금요일마다 '심야 승차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강남역·종로2가·건대입구·상암·여의도역·서울역·용산역·수서역에 임시 택시승차대를 설치하고, 서울시 직원이 직접 택시와 승객을 1:1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법인 택시 관계자는 이러한 사업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양덕 전무는 연말 택시 대란에 대해 "애초에 택시 기사가 부족한 데다, 택시 운행량을 늘리기 위해 시행한 택시 부제 폐지가 되려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택시 부제가 폐지되면서 기사 입장에선 주간 근무 일수가 늘었다"며 "매일 낮에 일하면 되니 체력적으로 힘든 밤에 굳이 일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가 부족하다"며 "법인택시 주차장에 가면 100대 중 70대는 서 있다"고 부연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근로 시간의 유연화'를 꼽았다. 그는 "단시간만 택시업을 하고 싶은 젊은이나 주부가 현재로선 택시업에 종사할 수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신규 기사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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