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주인공 이영애 앞에서 행복한 19년차 배우 정선아 [마에스트라]
‘마에스트라’는 ‘무인도의 디바’의 후속작으로 12월 9일부터 방송을 탄 총 12부작 드라마로 2018년작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가 원작이다. 지휘자가 핵심인 드라마인만큼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은 당연한데, 많은 사람들이 단원들을 보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는 얘기. 특히 드라마 팬이 아닌 연극, 뮤지컬 팬들이 그랬다고 한다. 평소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영웅’의 주인공 양준모와 요즘 ‘컴프롬어웨이’에서 맹활약 중인 중견배우 이정열이 있다. 이정열은 차세음과 스승 제자 관계인 악장으로, 양준모는 오케스트라의 팀파니 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여기 중요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한강필하모닉의 세컨드 바이올린 수석인 ‘허영미’ 역의 정선아다. 올해 19년 차 배우로 연극 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얼굴이다. 명문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애시대’, ‘너와 함께라면’, ‘올모스트메인’ 등에 출연했다. 연극 ‘아버지’에서는 거장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다. 특유의 천연덕스런 코믹 연기는 국내 톱 클래스로 꼽힌다.
정선아의 남편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서정주다. 배우로도 활동했는데, 뤽 베송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루시(2014)’에서 최민식의 오른팔 ‘정주’ 역할로 등장해 화끈한 바주카포 액션을 보여 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평소 정선아와 친분이 있던 박호산이 서정주에게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며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얘기. 박호산은 한강필하모닉의 대표이사 ‘전상도’ 역으로 마에스트라에 출연 중이기도 하다.
“드라마 출연은 1~2년에 한번 정도 단역으로 꾸준히 출연을 했어요. 최근작은 ‘그린마더스클럽’의 ‘웩슬러강사’, ‘나쁜엄마’의 ‘네일샵 고객’ 등이죠. 2009년부터 직원, 조교, 간호사, 궁녀, 무당, 아낙 등 이름없는 배역을 연기 하다가 처음으로 12부까지 나오는 ‘고정출연’을 하게 돼 다들 반가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데뷔 19년차의 중견배우가 되셨는데요. 주로 연극무대에서 연기활동을 하시다보니 시청자들에게는 좀 낯설 것 같기도 합니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실감하시는지.
“아직은 드라마가 초반이라 대중적인 인기는 실감 못 하지만 제 아들의 학원 선생님들과 학교 학부모님들께서 너무 좋아하십니다(웃음). 무엇보다 저를 연극무대서부터 지켜본 가족,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기뻐요. 매 주말마다 저에게 시청 인증샷들을 보내줍니다.”
-허영미는 한강필하모닉의 세컨드 바이올린 수석이죠. 그런데 실제로 바이올린을 연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신지.
“바이올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고3까지 꾸준히 취미로 했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었어요. 스위스 고등학교 시절에는 International Honor Orchestra 라는 오케스트라 단원이기도 했죠. 이 오케스트라는 여러 학교에서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서 합격해야 참여할 수 있는 ‘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였는데요. 3년 연속 참석하며 뜻깊은 오케스트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마지막 12학년 때 뽑혀 런던에서 연주했을 때는 정말 뛰어난 지휘자 선생님이 객원으로 오셨어요. 그때 그 분과 함께 베토벤 7번 교향곡을 연주 하면서 느꼈던 전율은 오래오래 제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마에스트라 배역 오디션 때 연주실력도 고려대상이었을까요.
“오디션은 영상 오디션이었어요. 연락 받은 지 2시간 안에 바이올린 연주 영상을 보내야 했는데, 집에 아들의 1/2 사이즈 바이올린 밖에 없어서 그 바이올린으로 ‘가보트’를 급하게 연주했죠. ‘다른 악기와 비교해서 바이올린은 연기로 흉내내기 어려운 악기입니다. 제가 15년간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연기를 하느라 지금 실력은 이 정도이지만 학교 다닐 때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베토벤, 그리그, 비발디를 연주했습니다. 악보만 주어지면 연습을 통해 그 어떤 곡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멘트 영상을 제출했고, 합격했습니다(웃음).”
“합격 소식 듣자마자 바로 바이올린을 구매하고 케이스까지 샀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해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감 잡기에 들어갔습니다. 감을 익히려고 들어갔던 오케스트라에서 정기연주회까지 하게 돼 올해는 정말 바이올린 연주를 많이 하며 보냈습니다. 하하”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고 했다. ‘마에스트라’의 지휘 코치는 클래식음악 전문예술단체 아르티제의 예술감독인 진솔 지휘자가 맡았다. 드라마 속 멋지고 현실적인 이영애의 지휘 모습은 진솔이 빚어준 것이다.
진솔과 배우들이 합주 연습실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날. 첫 연주가 끝나자 지휘자가 바이올린석의 정선아를 쳐다봤다. “배우님이 맞으시죠?” 정선아는 ‘내가 너무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주눅이 들어 “네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휘자가 말했다. “연주하실 때 표정이 정말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같았어요!”
“모두들 웃음이 빵 터졌죠. 유명 지휘자님과 함께 하니 저도 몰입해서 연주를 했거든요. 제가 언제 또 이렇게 유명한 지휘자님, 유명한 연주자분들과 연주를 하겠어요. 직업만족도 최상인 시간이었습니다.”
-‘마에스트라’에는 정선아 배우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이 다수 보이는데요.
“드라마 전체리딩에 참여한 건 저도 처음이라 긴장도 걱정도 많이 했는데요. 남편이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뮤지컬 ‘그날들’ 공연 중이셨던 이정열 선배님(박재만 역), 저희 부부를 소개 해주신 20년 지기 박호산 선배님(전상도 역),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도 제가 팬이라서 내적 친밀감이 있던 양준모(마요섭 역) 배우가 계셨죠. 이밖에 황건 배우님(노바하 역), 민아람(신지애 역), 진소연(권수진 역), 한진희(강인한 역)도 대학로 공연 경험이 많아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지인들이 있어서 전체 리딩날부터 대학로 분장실처럼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촬영 때도 만나기만 하면 수다 떨기 바빴고, 서로의 공연을 같이 관람하러 다녔습니다.”
“현재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와 엄마표 영어 강사 ‘리오맘’ 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쇼호스트가 되고 나서 실패 없는 쇼핑 꿀팁을 많이 알게 된 것과 스피치 능력이 향상 되어서 ‘아나운서’ 역이나 ‘리포터’ 역 오디션에서 두각이 드러나는 점, 앞으로 토크쇼에 출연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점이 장점 이구요(웃음). 엄마표 영어 강사로서는 지인들에게 아이의 영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게 좋습니다. 이번에도 분장실에서 분장 선생님께 엄마표 영어 꿀팁을 많이 전수해 드렸어요.”
-남편께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무술감독인 서정주 감독이시죠. 마에스트라 출연을 많이 기뻐하셨을 듯한데요. 연기 모니터링도 해주시나요.
“엄마와 더불어 캐스팅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사람이 남편입니다. 제가 다양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 연기를 해야 돼’라고 얘기해주거든요. 이번 촬영이 대부분 파주 세트장에서 이뤄졌는데, 30회가 넘는 촬영 기간 동안 거의 매번 저를 데려다 주었어요. 바이올린 연주 장면이 멋있다고도 해주고, 어떤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지 꼼꼼히 모니터 해주었습니다.”
엄마는 최고이자 영원한 딸의 팬이다. 정선아는 “올해가 친정엄마 칠순이신데 촬영 때문에 바빠서 여행도 못 갔다. 그런데 드라마 방영이 최고의 칠순선물이 되었다”고 했다. 정선아가 공연을 할 때마다 최소 10번씩 공연을 보러 왔던 엄마였다. 영화, 드라마에 단역으로 나오면 같은 장면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정선아가 ‘보람엄마’ 역으로 나온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세 번이나 극장에 가서 관람했다고 한다. 그런 엄마는 요즘 하루종일 tvN을 틀어놓고 재방송이 나올 때마다 딸의 연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극 ‘한 여름밤의 꿈’과 ‘뷰티풀 선데이’를 보셨대요. 2009년엔 ‘뷰티풀 선데이’를 보시고 일부러 기다렸다가 저를 만나주셨어요. ‘공연 너무 잘 봤다. 난 코미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부럽다’고 하셨을 때는 정말 영광이었죠.”
정선아는 “대학 1학년 때 본방사수 했던 ‘불꽃’의 주인공. ‘공동경비구역 JSA’, ‘봄날은 간다’ 등 저의 20대 시절을 풍성하게 채워준 엄청난 작품들에 출연하신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하다니 신기하고 행복해서 날마다 이영애 선배님이 오시는 날만 기다렸다”고 했다.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예쁘셔요. ‘오늘은 무슨 재밌는 얘기를 해드릴까’ 고민을 하면서 촬영장에 갔습니다(웃음). 드라마 초반에 선배님을 적대시 행 하는 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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