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승기'로 막 내린 2차 형제의 난…남은 변수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종료…사실상 경영권 방어 성공
성년후견심판·시세조종 조사 등 변수 남아…분쟁 불씨 '여전'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한국앤컴퍼니 그룹의 2차 형제의 난이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도 결론은 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는 과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끌어모은 뒤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조 회장은 지난 21일 경영권 방어 가능성에 대해 "27일에 공식 발표를 할 텐데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2일 기준으로 1만6000원 대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공개매수를 주도한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매수가인 2만4000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번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해 이미 장내에서 차익실현에 나선 주주가 많은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공개매수는 이달 5일부터 25일까지지만 사흘간의 연휴가 끼어있어 투자자들의 청약은 22일까지만 가능했습니다. 이후 최종 결과는 오는 27일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될 예정인데요. 결과 발표 전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조 회장은 사실상 승기를 굳힌 뒤 MBK를 작심 비판했습니다. 그는 "MBK가 남의 돈으로 예상치 못하게 성공해서 그런지 몰라도 무모하게 한 거 아닌가 한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딜에 참여해서 시장과 시장 구성원에게 혼란을 드리는 건 지양하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3년 여년 만에 재발한 '형제의 난'
사실 한국앤컴퍼니 그룹에서 형제의 난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에도 조현범 회장과 다른 자녀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는데요. 당시에도 조 회장이 승기를 잡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다툼이 재발하면서 오너 일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 오너가의 갈등은 지난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이 돌연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는데요.
이로써 그룹의 후계 구도가 한순간에 차남으로 정리되자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른바 1차 형제의 난이 시작된 것이죠.
조 이사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조 이사장 측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기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성년후견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입니다.
조 고문 역시 입장문을 통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건강 상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법적 다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 명예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와 관련해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도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이라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1심에서는 조 이사장의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조 이사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하며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에 조 고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조현범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분쟁은 일단락됐습니다.
조현범 회장 사법 리스크, 분쟁 '불씨'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형제의 난은 지난 5일 MBK가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재발했습니다. 꺼져가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 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의 경영 공백과 사법리스크가 '2차 형제의 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가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에만 39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한국앤컴퍼니 역시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MBK가 한국타이어의 가치를 눈여겨봤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실제 MBK 측은 "공개매수가 성공해 50%를 넘는 지분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면 기업 지배구조를 다시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한국앤컴퍼니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일단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의 지분율이 42.03%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조 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준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컸고요. 실제 조 명예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며 승기가 조 회장 측으로 기울기도 했습니다.
이후 MBK가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렸지만 대세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MBK를 등에 업은 조현식 고문 측의 지분은 30%가량인데요. 실제 유통 가능한 시중 물량이 2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전부 사들여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조현범 체제' 흔들기?…갈등 장기화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MBK가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의 목적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조현범 체제' 흔들기에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는 조 회장의 경영권에 흠집을 내려한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분쟁이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나게 됐지만 여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MBK는 조 명예회장의 장내매집에 대해 공개매수를 막기 위한 시세조종이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그는 오히려 공개 매수를 발표하기 전 몇 개월 동안 주가가 50%가 올랐다며 사전매매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MBK의 경우 공개매수 수량이 최소 목표치 20.35%가 되지 않을 경우 단 1주도 인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는데요. 이에 따라 공개매수 실패에도 재무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앞으로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공개매수 이전 수준인 1만원 초반대로 떨어질 경우 일부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최종 결과는 MBK가 공개매수 마감 후인 오는 27일에 공시를 할 예정입니다. 이번 2차 형제의 난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한국앤컴퍼니 오너가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단 조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후견 심판 2심 심문이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양측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코인의 부활…국내 매수세 무섭다
- "즐기다 보니 시간 '순삭'" Z세대 제대로 공략한 LG전자
- '여보 청약통장 깨지마!'…내년 3월부터 배우자 보유기간 합산
- [전참시]"버거에 왕돈까스"…또 등장한 롯데리아의 '역발상'
-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설, 아니 땐 굴뚝의 연기일까
- 태영건설 부도설에 "우발채무 7200억…특단 대책 필요"
- [공모주달력]올해 마지막 공모주 디에스단석, 22일 코스피 데뷔
- 매도 리포트 나온 HMM…"적정 주가 1만5000원"
- [인사이드 스토리]다이소엔 '있고' 이마트엔 '없는' 것
- 사전계약 70%가 '픽'…카니발 하이브리드, 인기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