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100kg 육박하든 말든, 세계관 확장한 팜유즈 이장우의 진심
[엔터미디어=정덕현] 허광한 대신 '무광한' 전현무, 모쥔제 대신 '모자란 죄' 이장우, 황위쉬안 대신 '항상쉬'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의 제3회 팜유 세미나 대만편이 대만의 국민 드라마 <상견니>의 세계관을 따왔다. 이름하여 '삼켰니'. 작명 센스부터 남다른 팜유즈의 대만 나들이는 기대한 대로 강도가 다른 먹방으로 시작한다. 맛있는 걸 먹기 위해 기내식도 안 먹었다는 이들은 첫 끼로 100년된 고기완자집을 찾아 시작부터 고기완자에 이미엔(소스에 비벼먹는 국수)에 어묵탕까지 군침도는 먹방을 선보인다.
먹고 먹고 또 먹고. 관광보다는 먹는데 진심인 이들이 모여 한도 초과의 먹방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현무가 이끌었던 베트남편에서부터 웃음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팜유 세미나는, 박나래가 가이드한 목표편에 이어 이번에는 이장우가 준비한 대만편으로 돌아왔다. 과거 대만 드라마를 찍으며 6개월 간 대만에 머물렀다는 이장우가 그때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세미나(?)'의 코스를 짠 것.
이미 먹을만한 음식들은 다 챙겨먹었다 자부하는 팜유즈 앞에서 이장우는 혹여나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첫 끼 고기완자집에서 완전히 날려버린 이장우는 내친 김에 미슐랭 맛집에서 예술에 가까운 코스 요리를 맛보게 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마트에서 산 재료들을 호텔로 가져와 첫 끼로 먹었던 이미엔을 갖가지 소스를 넣어 재연해보려는 시도까지 한다. 물론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런데 이번 제3회 팜유 세미나가 흥미로웠던 건, 베트남 달랏과 목포와 비교해 세계관이 확장되고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튿날에도 아침부터 대만식 족발을 먹는 팜유즈 특유의 만끽하는 먹방이 벌어졌지만, 대만의 국민드라마 <상견니> 세계관을 가져와 교복 차림을 한 채 스쿠터를 타고 대만의 거리를 달리는 풍경이 연출됐다. 또 재개발로 철거될 뻔 했던 마을에 한 할아버지가 벽화를 그려 관광지가 된 무지개마을을 찾아,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그려진 골목을 돌아다니는 감성이 더해졌다.
그곳에서는 '독자생활'로 불린다는 <나 혼자 산다>를 아는 대만 사람들의 환대도 눈에 띠었다.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덕담이 담긴 글을 적어 준 아이언맨 마스크를 한 버스커와의 소통이 준 훈훈함이 프로그램에 묻어났다. MZ세대들이 모여든다는 심계신촌을 둘러보다 만난 상인들은 이들을 알아보고 엄지척을 해보이기도 했다. 또 독특한 샴푸 체험에 대미를 장식한 야시장 먹방까지 이번 팜유 세미나는 다채로운 재미로 채워졌다.
사실 먹방 자체가 새롭다 보긴 어렵다. 하지만 팜유즈의 경우는 전현무와 박나래 그리고 이장우의 조합 자체가 기대감을 갖게 만들 정도로 확실한 캐릭터가 구축되어 있다. 순발력과 재치가 넘치는 멘트로 프로그램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해주는 전현무와 의상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박나래. 그리고 요리와 먹방에 진심인 이장우. 특히 실제로 살찐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이야기하는 이장우는 배우라는 직업을 생각해보면 이 팜유즈에 얼마나 진심인가를 알게 해준다.
물론 이장우는 진짜로 소스를 사서 맛을 재연하려는 식의 '학구열'을 보이지만, 핑계로 내세운 '세미나'라는 명목은 이들의 먹방에 색다른 형식적 틀을 만들어준다. 자못 진지하게 연구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점점 음식에 빠져들어 이성을 잃고 마는 모습 자체가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먹방 하면 주로 '아는 맛'을 보여주는 걸 벗어나 '새로운 맛'을 소개하려는 것도 색다른 지점이다.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먹방을 보며 '맛 설명'을 해달라고 할 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아 "앞으론 세미나라고 하지말라"는 코드쿤스트의 농담 섞인 이야기는 그래서 웃음과 함께 새로운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놓는다. 이번 대만편에서 <상견니> 세계관을 가져오고, 먹방 이외의 대만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들을 찾아 정서적 포만감도 주려 한 점은 이 팜유즈가 독립적인 하나의 프로그램이라도 해도 좋을 법한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 정도면 스핀오프로 독립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가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로 나왔던 것처럼, 팜유즈도 '세미나'는 물론이고 이들 캐릭터를 활용한 독립 스핀오프가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모이면 <나 혼자 산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급상승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팜유즈는 주말 예능 시간대에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식욕과 더불어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포만감까지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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