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이 말하는 저출생...‘퇴근 후엔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단 확신’ 줘야[정치킨 인터뷰]

김아연 2023. 12. 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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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대표)


‘아이 낳으면 돈 줄게’ 보다 ‘퇴근 후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단 확신’이 더 중요

거대 양당 다 싫다는 3지대?...'내용없는 양비론'일 뿐 

'민주-국힘-이준석 신당' 3자 구도는 진보 정권교체 어려워..4자 구도 만들 것 

‘비례냐 지역구냐’는 아직...'개혁연합신당' 눈덩이 굴리는 데 우선 집중

“잼버리 파행 전북 책임?  가장 큰 책임있는 정부가 할 말은 아냐”



여성이나 청년이 정치의 장에 들어서려 할 때 마주하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각 정당은 이들을 배려하는 제도들을 마련해왔지만, 선거철에만 찾는 청년·여성 정치인이라면 그 한계도 명확하다. 국정감사 등에서 시원하고 치밀한 언어로 주목받은 용혜인 의원은 ‘청년·여성 정치인’을 내세우기보다 보이지 않는 벽을 스스로 깨기를 선택한 듯하다. 전국 순회 의정보고회 차 전주를 찾은 용혜인 의원을 만났다.



Q. 전국을 돌면서 의정보고회 중인데, 어떤 이야기를 많이 듣나?



각 지역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주신다. 특히 지역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교육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정말 큰 데 비해 정작 별로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고민했던 것을 지역 주민분들께 전해드리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얘기해 주시는 여러 문제의식들을 받아안고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Q. 총선을 앞두고 ‘개혁연합신당’을 제안했다. 신당 논의가 난립하다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헷갈린다. 쉽게 설명해달라.



선거를 앞두고 여러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오셔서 기본소득당이 다음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기본소득당이 단순히 이합집산과 선거공학이 아니라, 개혁의 내용들을 가지고 총선을 치러낼 수 있게 구도를 다시 짜야한다는 취지의 말씀들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제3지대를 자처하는 여러 세력들이 개혁의 내용이나 방향 없이, 새로운 정치의 내용 없이, 3지대에 깃발만 꽂으면 마치 새로운 세력,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 특히 거대 양당과 기성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부동층으로 모여든 ‘제3지대’라는 흐름을, 보수 세력의 확장으로 귀결될 이준석 신당이 다 흡수해버리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음 총선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준석 신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지면 총선 이후 개혁 과제 추진도 어려워지고, 다음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개혁을 이끌고 견인해낼 세력을 구성해서 총선을 3자 구도가 아닌 4자 구도로 치러야 된다고 결론내렸다. ‘제3지대와 민주진보진영을 개혁적 과제들을 중심으로 견인해낼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구성해 보자’는 것이 개혁연합신당이다. 여기에 호응하는 정치 세력들과 시민사회 여러 지식인들이 함께 모여서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해 나가는 중에 있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일지, 기존 정당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될지, 아니면 더 나아간 정치적 연합의 모습이 될지는 눈덩이를 굴려나가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 같다.



Q. 제3지대에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고 진보로 정권을 교체하자는 것, 다른 하나는 양당 정치의 폐해가 너무 크니 이걸 바꿔보자는 것. 어느 쪽에 방점을 찍겠나?



개혁연합신당을 제외하면 다 기성 정치, 기성 양당이 싫다며 양비론을 활용하는 정치 세력만 제3지대에 있었다. 말씀하신 전자, 즉 개혁적 세력들이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총선 승리를 통해서 진보적 정권 교체까지 나아가자는 첫 번째 제안을 개혁연합신당이 한 것이다. 내용 없는 양비론은 결국 똑같은 진영 정치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1당도, 2당도 아닌 3당을 이야기하는 건데, 마치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기만 하면 지금의 정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기만이다. 새로운 정치의 내용이 뭔지, 대한민국 정치가 왜 무능한지,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미래의 아젠다들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새로운 정치 세력, 실제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개혁적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없으니까 다들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양비론만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합종연횡할 것인가, 누구랑 누구랑 힘을 모아서 당을 만들 것인가 하는 논의만 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개혁연합신당이 말하는 개혁의 내용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위기라고들 한다. 제3지대, 신당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치의 위기는 당내 권력 투쟁, 공천을 둘러싼 갈등 이런 것이 아니다. 국가 전략이 사라져버려 발생하는 위기다.



과거 정부들을 보면 그 정부가 뭘 하고자 하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방향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준을 만들자는 게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가 전략이 부재하니 주 69시간제, 만 5세 입학, 김포 서울 편입 등과 같이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일단 한 번 던져보는 정책만 나온다. 굉장히 복합적인 위기다. 인구 위기 따로, 지역 소멸 따로, 기후 위기 따로, 경제 불평등·양극화 위기 따로... 이렇게 따로따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만 이 모든 위기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핵심은 디지털 전환, 즉 기술 혁신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시기에 기술 혁신에 있어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디지털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연구개발도 국가가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해 주도해 나가는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단어로 ‘미래 투자 국가’다. 민간에 모든 것을 맡기기만 하면 시장이 잘 굴러가고 경제가 회복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환상이다.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지면서도 국가의 공공선을 위해 시장과 기업들을 활용하고 대규모 재정을 조달할 용기도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사실 미국이나 중국 등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저는 여기서 딱 하나 추가할 것을 제안드린다. 국가 투자의 결실로 만들어낸 국가의 혁신, 경제 성장의 과실을 소수의 재벌과 플랫폼 기업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배당하자. 이 ‘국민 배당’이 제가 제안드리는 차이점이다. 이렇게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세우고, 치열한 논쟁과 합의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Q. 초선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내년에 또 비례로 나오는 것인가?



일단 비례냐 지역구냐를 정하지 않았다. 기본소득당은 의석 한 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의석 한 석으로 세상을 얼마만큼 바꿀 수 있는지, 대한민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가장 잘 경험했던 정당이다. 그래서 사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는 저의 지역구 선거 하나와 비례 선거를 잘 준비해서 어떻게든 원내에 재진입하는 게 가장 분명하고 손쉬운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반적인 총선 구도를 4자 구도로 재편하고 민주진보진영의 큰 승리를 만들기 위한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하는 것이 제 개인의 선거 준비보다 우선 과제다. 개혁연합신당의 구성과 승리,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제가 해야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 생각이다.



Q. 그 과정에서 지역구 출마를 하시게 된다면 전주도 혹시 고려해 보는 건?



구체적으로 지역구를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대해 언급하는 건 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은 22대 국회에서 개혁 과제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그 힘을 형성하기 위한 선거, 그리고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일 것이라는 정도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Q. 출산율이 심각하다. 0.78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0.6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또 나왔다. 30대 워킹맘 정치인이라는 상징성도 있는데, 이 문제 어떻게 해야하나?



지금 청년들한테 ‘왜 아기를 안 낳냐, 아기를 낳아라, 아기 낳으면 300만 원 줄게’ 하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사실 지금 개개인에게는 아이를 낳지 않고 커리어에 집중하는 것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아이를 낳게 되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부부가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다가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결국 누구 한 명은 또 일을 그만둬야 되는 상황도 마주한다. 그런 경우 보통 남성이 직급이나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여성이 일을 그만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들을 하게 된다. 그 개인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모여서 합계 출산율 0.78이라는 아주 비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의 합리적 판단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핵심은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이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기관·시설에 보내서 국가가 다 봐줄게’라는 방식의 접근 방식이 아니라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소득과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정부는 전혀 답이 없는 상태이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돌보는 문제에서는 ‘너네들이 밤 9시, 10시까지 일하더라도 국가에서 더 봐줄게. 대신 아이를 낳기만 해’라는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20대, 30대 청년들이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사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그러니까 가치관이 변화하는 건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아이를 낳아야 된다고 이야기 할 게 아니다. 직장, 소득, 부동산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낳고 싶은데 못 낳는 사람들이 낳을 수 있도록만 하더라도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는 출생률을 최소한 연착륙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과도 무관치 않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지역 균형 발전은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가져온 문제의식이다. 오랜 노력을 통해서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균형 발전을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메가시티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서울에 집중을 더 하겠다고 하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적 합의들을 거스르고 뒤집어 엎어버리는 정책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지금은 서울을 얼마나 더 비대하게 만들 것이냐가 아니라 지역에서도 정착하고 아이를 낳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 과제일 것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인프라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소득원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Q. 올해 전라북도는 잼버리 파행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 중앙정부에서는 실패 책임을 전북 탓으로 돌리고 예산까지 삭감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가.


제가 국회 행안위와 여가위에 있어서 잼버리에 대해서 많이 벼르고 있었는데 전북 감사반이 아니어서 전북에 못 왔다. 정부에게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현안 질의나 국정감사를 많이 벼르고 있었는데, 여러 모로 국회에서 제대로 된 질의도 못하고 넘어가버린 상황이 돼서 전북 도민들께, 그리고 잼버리 파행으로 상심한 많은 국민들께 참 송구스럽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은 분명히 1차적으로 정부에게 있다.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다’라는 말은 좋은 말이지만 분명히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가리지 못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 사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이 마치 정말 기가 차다는 듯이 문제가 없고 잘 준비되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원택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답변을 했다. 그런데도 다 예견됐던 상황에 대해 파행이 발생하고, 국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낸 것은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인식으로 준비를 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김현숙 장관이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참 전북 도민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실 것 같다. 잼버리에 대해 전북의 책임을 묻고 보복성 예산 삭감 등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남은 예산 심사에서 분명히 짚어야 될 지점이다. (* 인터뷰 시점 이후 새만금 soc예산은 당초 정부가 삭감했던 5천억 원 가운데 3천억 원만 복원된 채로 국회를 통과했다.) 



(영상취재 : 윤홍식, 김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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