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봉밥 지어주셨는데"…수원역 환승센터 버스사고 사망자 빈소 '침통'
"진심 어린 사과 있기를…피해자들 회복하시길"
“어제 날씨가 추우니까 조심하라고, 고봉밥 차려주면서 그러셨거든요. 그게 마지막 밥상이 될 줄이야….”
23일 오후 수원특례시의 한 장례식장. 이곳에 전날 수원역 버스환승센터 사고로 숨진 A씨(77)의 빈소가 차려졌다. A씨 부부와 함께 살며 행복하게 지냈던 작은아들 B씨(47)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허무한 표정으로 영정 속 A씨의 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엷은 미소를 띈 영정 속 A씨가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것만 같아서다.
B씨는 물론 가족들에게 어머니 A씨는 정신적 지주이자 삶의 방향성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했다. 가정주부로서도 완벽한 모습으로 가족들을 먼저 생각했던 분이였다고. B씨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지내오시던 아버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집에 가면 어머니가 해 주신 김장 김치가 있는데, 그게 어머니가 해주신 마지막 김치가 됐다”고 애통해하며 눈물을 훔쳤다.
B씨를 비롯해 유족들은 아직 A씨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장례식장 관계자조차 확인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CCTV를 통해서 사고 당시 어머니 모습만 확인한 상태”라며 “빈소를 차리며 장례식장 관계자분이 ‘시신은 안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아직까지 확인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B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 원인을 접하고는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날 아침까지도 정성껏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쳐 밥을 차려주시던 어머니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다는 게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 당일 오후 3시 정도 됐을 때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경찰 연락을 받았다”며 “운전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엑셀을 밟은 그 상황에 하필 어머니께서 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계셨더라”고 말끝을 흐렸다. 단순한 사고인 줄 알았지만, 언론보도와 경찰 조사 당시 CCTV를 통해 확인한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로 보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B씨는 “사고 이후 전국버스공제조합에서 보험 관련 문의는 왔지만, 버스 회사 측이나 운전 기사로부터 사과 등의 연락은 없었다”며 “가족들은 그냥 버스기사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걱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가해자가 되고 싶고, 피해자가 되고 싶겠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치신 분들도 모두 잘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인 22일,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는 오후 1시26분께 주행 중이던 30-1번 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을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졌고,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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