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하고 굿즈 사고… 뻔한 기부 아닌 ‘펀(Fun)한 기부’ [S 스토리]
마라톤 등 취미·관심과 연결
성취 느끼며 기부하는 것 호감
굿즈, 소액에 일시적이라 부담↓
캐릭터 배지·반지 등 굿즈 사거나
하이킹 등 일상 관련된 방식 인기
개인 기부 참여율 23.7% 그쳐
2023년 소폭반등 불구 여전히 낮아
“일상 속 효용 느낄 수 있게 해야”
포토부스 ‘열매네컷’·굿즈상점 등
모금기관들 흐름 맞춰 변화 시도
투명성·신뢰도 제고도 과제로
굿즈(Goods: 연예인·캐릭터·특정 브랜드 등과 연관된 기획상품)를 평소에 즐겨 모으던 김은지(25)씨는 최근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와 카카오메이커스가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제작한 ‘춘식이’ 배지(개당 1만원)를 2개 구입했다. “귀여운 것은 같이 해야 한다”며 약속이 있으면 친구들하고 다 같이 배지를 달고 나온다. 유니세프 기부 반지, 기부 팔찌 등 굿즈를 포함해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50만원가량을 기부했다.
기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이전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사랑의 온도탑 등 비영리단체에 현금을 기부하거나 몰래 하는 선행을 의미하는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 문화를 대표했다. 지금은 기부 굿즈, 걸으면 기부금이 모이는 걷기 캠페인, 반려견과 산책하는 횟수에 따라 기부하는 산책 챌린지(목표를 두고 실천을 인증하며 성취감을 얻는 방식) 등 방식이 다양해졌다. 기부자들은 이 같은 ‘재미 있는 기부’ 방식에 흥미를 갖고 젊은층은 일상과 연관된 기부, 체험활동을 통한 참여형 기부 등에 적극적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참여형 기부가 활성화되면 기부 행위가 전 연령대로 넓어지고 생애 주기에 따른 기부가 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부 방식은 세대별로 다르다. 22일 엠브레인의 ‘2022 기부경험 및 기부문화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경우 호감이 가는 기부 참여방식으로 ‘구매 금액 일부를 기부로 전환’(36.8%), ‘체험활동을 통한 기부’(34.4%)를 많이 꼽았다. 40대가 ‘마일리지 포인트 기부’(41.6%)를, 50대는 ‘구매 금액 일부 기부 전환’(44.8%), ‘정기기부’(31.2%)를 가장 선호하는 기부방식으로 선택한 것과 차이가 있다.
박 연구위원은 젊은층의 경우 대표 기부 방식인 정기 후원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금기관이 간행물을 통해 결산표를 보여주며 기부금 사용처를 밝히는 방식이 효능감이 크지 않아서다. 참여형 기부는 현장에서 각 기관이 어디에, 어떻게 기부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기부자는 소통이 쉽다고 느끼게 된다. 김은지씨는 “춘식이 배지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노트북을 지원한다고 해서 샀다”며 “기부상품을 사려고 하는데 어디에, 얼마만큼 쓰이는지 모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기부자 4명 중 1명은 개인기부
우리나라 기부 참여율은 아직까진 낮은 편이다. 통계청이 2년마다 실시하는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기부 참여율은 올해 23.7%이다. 2년 전(21.6%)보다 2.1%포인트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2011년(34.6%)부터 조사연도마다 하락하다가 올해 소폭 반등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 기부자는 2005년 341만명에서 2021년 695만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지만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하면 1인당 기부액은 같은 기간 170만원에서 145만원으로 줄었다. 경기 불황은 이어지는데 물가는 계속 올라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도 기부 참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갓생’(god+生: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이 젊은 세대 문화로 자리 잡은 지금, 일상에서 기부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기부방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 연구위원은 “참여형 기부는 첫 기부를 확대할 수 있다”며 “기부자가 앞으로도 기부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기부자 여정관리’를 하면 기부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굿즈 팔고, 기부 이벤트 확대하는 모금기관
모금기관들도 이런 기부 경향에 맞게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반려동물 이름으로 매월 2만원 이상 기부하는 ‘착한펫’ 기부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에 달한다. 착한펫에 가입하면 반려동물 명의로 회원증이 나오고 기부금은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을 위한 지원사업에 쓰인다.
사랑의열매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가치상점’을 열고 장갑과 엽서, 키링, 후드티 등 굿즈를 팔고 있다. 바로 옆 즉석사진관(포토부스) ‘열매네컷’에서 사람들은 1회 5000원 기부금을 내고 네 컷 사진을 찍는다. 카드 수수료를 제외하곤 전액 기부된다. 가치상점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A(28)씨는 “기부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주변에 포토부스가 많은데 여기선 기부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열매네컷’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간 779만1916원을 모금했다. 박 연구위원은 “기부 방식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며 “모금기관들은 시민들 관심사를 주시하고 새로운 아이템들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모금기관들의 주요 과제다. 통계청 조사에서 기부하지 않은 10명 중 1명(10.9%)은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김병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사랑의열매는 자체 집행 사업이 없고, 배분 위원회가 배분을 결정하면 회장이나 이사도 관여할 수 없을 정도로 각 지출 단계마다 투명성을 강조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투명한 집행을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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