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런 순서로 마시면 더욱 맛있는 와인,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심영구 기자 2023. 12. 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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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슾] (글 : 곽태경 대표)


식전주는 왜 가장 먼저 마실까?

식전주는 말 그대로 식사 전에 즐기는 술을 의미하는데요, 와인으로서는 가장 흔하면서 고전적인 경우 스파클링, 샴페인이 될 것입니다. 탄산과 산도가 있는 음료는 음식과 매칭에서도 가장 무난하다고 말할 정도로 식사를 즐기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 콜라와 사이다처럼 말이죠.

일단 스파클링과 샴페인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탄산과 산도가 있으며 약간의 쓴맛을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탄산과 쓴맛은 혀의 감각을 깨우고, 산도는 침을 고이게 해 맛을 보기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식전주로 자주 사용됩니다. 식전주의 가장 보편적인 목적은 식사에 앞서 음식을 조금 더 즐겁게 먹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외에 드라이 쉐리 역시 좋은 선택입니다. 영국 황실에서도 식전주로 자주 즐겼을 정도로 식전주 역할에 충실한 와인입니다. 쉐리는 스페인에서 만들어지는데, 생산 지역 자체가 해안가 주변이라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풍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효모 장막인데, 이것은 쉐리가 오크 숙성하는 동안 이루어져 와인에 영향을 미치며 염분과 효모 특유의 고소하고 씁쓸한 느낌을 주어 입맛을 돋우는 데 굉장히 용이한 와인이 됩니다.

와인 이외에 식전주로 즐기는 것들엔 달지 않은 칵테일이나 드라이한 진처럼 풍미가 깔끔한 주종들도 인기가 있습니다. 남쪽 지역에서는 RICARD라는 대표적인 파스티스 술이 있는데, 이 지역의 와인을 얼음물에 섞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아니스의 향과 투명하던 술이 물이 닿아 뿌옇게 되는 재미도 볼 수 있고, 산도는 거의 없지만 특유의 볼륨과 향신료의 향으로 식전주로서 사랑을 충분히 받는 술입니다.

RICARD

와인은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레드 순서로?



보통 와인은 스파클링과 샴페인을 제일 먼저 먹는 게 보통이며 그다음 화이트, 로제, 레드 순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맞는 방법입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소믈리에로 일할 당시에도 유명 와이너리(1855등급 보르도 샤또)에 방문하면 손님과 꼭 샴페인, 화이트, 레드, 디저트 순으로 와인을 즐기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순서대로 마셔야만 식음료를 잘 즐길 수 있다는 개념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요즘에는 지금 상황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

보편적인 순서에 틀을 깨는 와인들은 꼭 존재하는데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극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쥐라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오크 숙성을 3년 이상 하고 우이에(오크 숙성하는 동안 산화 방지로 와인을 채워 넣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 산화 뉘앙스를 일부로 가지고 나오는 스타일의 화이트들이 있습니다. 보통 레드가 화이트보다 더 리치하고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이트보다 레드를 뒤로 빼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말씀드린 스타일의 화이트(쥐라 와인)는 향의 강도나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 와인 이후 다른 와인들을 즐긴다면 온전한 모습을 느끼기에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보통 이야기하는 공식적인 순서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와인들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겁니다.

 

낮은 도수에서 높은 도수로!

보통 와인 도수에 따라 풍미와 음료의 힘이 좌지우지되므로 도수가 낮은 것에서 높은 것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와인은 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를 많이 받은 빈티지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당연히 더 높은 당도와 알코올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서 풍미가 더 좋아지게 됩니다.

와인은 향의 강도나 리치함만이 아니라 복합미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되는데요, 이 부분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합미가 있다는 것은 음료가 보여주는 모습이 더욱 다채롭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나이가 든 와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더 다양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도수가 높은 신대륙 와인과 구대륙 와인 중 순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일 때, 신대륙 와인들은 구대륙 와인에 비해 해를 강하게 받아 잘 익을 수 있는 여건이지만 심플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구대륙 와인이 만약 지금 당장 보이는 모습이 조금 더 뛰어나다면 도수가 낮다고 할지라도 뒤에 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복잡한 느낌을 주는 음료를 마신 후 심플한 음료를 마시게 되면 아무래도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추운 곳에서 만들어진 구대륙 와인이나 와인 자체의 풍미가 너무 약한 와인일 경우는 예외이니 이 부분도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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