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X6 대항마? 디자인·편의성 인정! 달리기는 어떨까” [시승기-제네시스 GV80 쿠페 3.5T]
공간 활용성·편의성, 동급 ‘쿠페형 SUV’ 최고 수준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유일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쿠페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출시한 것.
그간 BMW(X4, X6), 메르세데스-벤츠(GLC 쿠페, GLE 쿠페)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쿠페형 SUV를 국내 브랜드가 만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인 변형의 토대가 대표 볼륨모델인 GV80이라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난 9월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제네시스 GV80 쿠페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 참석한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신차의 정체성에 대해 “GV80 쿠페는 제네시스 라인업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우아함’을 갖춘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과연 소비자들도 GV80 쿠페를 통해 역대급으로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최근 GV80 쿠페 가솔린 3.5 터보 모델을 이틀 동안 시승해봤다.
디자인 부분을 먼저 살펴보면, 전면부의 경우 평소 자동차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사실 GV80 일반형 모델과 차이를 단번에 찾기 어려운 만큼의 변화로 보인다. 그릴의 패턴, 그리고 그릴 밑에 마치 점선처럼 보이는 4개의 얇은 구멍과 에어벤트 디자인 정도가 살짝 다른 정도다.
신차에서 가장 매력이 도드라지는 부분은 단연 측면이다. 앞서 쿠페형 SUV 시장을 주름잡았던 어떤 수입 브랜드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모자람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잘빠진 곡선이 빚어낸 실루엣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공기를 가르며 날렵하게 질주할 것 같은 역동적인 느낌이 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만, 후면 디자인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안쪽으로 살짝 곡선을 띄는 리어 스포일러 형태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대형 세단 G80과 매우 닮았다. 세단의 뒤태를 위아래로 늘려놓은 것 같다.
물론 차량의 매력을 떨어뜨릴 만큼의 디자인은 결코 아니다. 양산형 모델 출시 전 공개된 콘셉트카 모델이 플래그십 세단 G90과 같이 시원하게 뻗은 두 줄의 리어램프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터라 조금 더 아쉽게 느껴진 측면이 있다.
실내는 말 그대로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수평형 레이아웃에 클러스터와 AVN 화면이 하나로 연결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D컷 형태의 스티어링휠, 곳곳에 적용된 카본소재와 쿠페 전용 패턴과 스티치를 적용한 시트, 시트 포인트와 색을 맞춘 안전벨트까지 운전석이든, 조수석이든, 2열이든 어느 좌석에 앉아도 고급 SUV에 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특히, 통합형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센터페시아 위에 툭 튀어나와는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사라지면서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개방감이 상당하다. 아울러 디스플레이와 운전자 간 거리도 가까워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 역시 좋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열 공간 활용성이다. 쿠페형 SUV는 디자인 특성상 2열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이 일반 모델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GV80 쿠페는 꽤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공간부터 헤드룸까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은 손꼽을 수 있는 특장점이다. 2열은 각도가 생각보다 뒤로 많이 젖혀진다. 트렁크 공간 역시 골프백 2개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차량의 포지션을 고려할 때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각종 편의사양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라 차선 모양이 바뀌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그래픽은 시의성을 한층 높였고, 스티어링휠 터치만으로 ADAS 경고 해제가 되는 직접식 그립감지 시스템(HOD)은 매번 스티어링휠을 찔끔찔끔 돌려야 했던 수고를 덜어준다.
이외에도 제네시스 최초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차량용 웹OS가 탑재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다. 캠핑과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 같다. 공간 활용성이나 편의성만큼은 유럽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
GV80 쿠페는 기본적으로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f.m의 힘을 발휘하는 가솔린 2.5 터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f.m의 가솔린 3.5 터보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f.m의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 등 3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된다.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존 GV80과 차이가 없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2t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가 힘차게 치고 나간다. 스포츠카만큼의 날렵함은 아니더라도 추월하거나 급가속을 할 때 조금의 답답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상 380마력의 힘을 일상에서 온전히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3.5 터보 모델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반 모델과 주행 감성에서 느껴지는 차별성 부재다. 측면 디자인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역동성은 정작 주행 시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유럽 경쟁 SUV의 일반형과 쿠페형 모델을 타면 그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과 달리 쿠페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운 세단과 같은 느낌은 일반형 보다 GV80 쿠페가 더 닮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시승차량은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와 일부 액세서리 옵션만 제외된 풀옵션으로 가격은 1억135만원이다.
지난 수년 동안 고급 쿠페형 SUV 시장을 독식해 온 유럽 브랜드에 싫증이 난 소비자라면?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사하는 럭셔리를 즐기되, 현대자동차·기아의 편리한 AS 인프라까지 오롯이 활용하고 싶다면 GV80 쿠페는 ‘엄지척’을 올릴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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