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 된 '제4이통사', 이번엔 성공할까
세종텔·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 중요해진 '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할 제4이동통신사 모집에 복수의 사업자가 도전장을 냈다. 이들이 정부의 심사관문을 통과하려면 네트워크 구축이나 설비투자 계획, 재정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어떤 사업자가 최종관문을 뚫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계획 '실현가능성' 본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마감한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신규 사업자 주파수 할당 모집에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 3곳이 신청서류를 냈다. 과기정통부는 새 사업자에 28㎓ 주파수를 독점 제공해 통신시장의 과점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28㎓ 기지국의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나 이미 포화상태인 통신시장 등을 이유로 회의론이 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3파전이 되면서 최종 사업자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들 사업자는 먼저 과기정통부의 서류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전파자원 이용의 효율성 △재정능력 △기술능력 등이 골자로 내달 중순경까지 최장 한달간 심사가 이뤄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계별 네트워크 구축과 기지국, 중계기 등 소요설비 투자계획의 구체성, 그리고 해당 서비스 개발·제공계획의 적정성 등이다. 통신시장 발전의 기여도 또한 주요 평가대상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재정능력은 심사 통과에 만만찮은 '허들'이 될 수 있다. 각 사업자의 총자산과 부채비율, 매출액, 신용등급 등이 기준이 되는데 이는 과거 제4이통사 불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28㎓ 서비스 품질과 네트워크 고도화 계획도 그에 못지않게 비중이 실릴 전망이다.
만약 사업자 3곳이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단독입찰이 아니기 때문에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한 가격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모두 전국 단위 신청으로 최저경쟁가격은 742억원이다. 경매 시 이 금액 이상으로 입찰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이통 3사 해당 주파수 대역 낙찰가(2070억~208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이지만, 이 역시 중소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가장 먼저 서류신청을 한 세종텔레콤의 경우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21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만일 공동으로 올라가면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을 쓰게 된다"며 "다른 신청 사업자가 743억원을 쓰면 경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2B·FI 내세워 어필…결국 '자금력'
이번 3파전에 참전한 사업자들은 그간의 업력을 살려 B2B(기업간 거래)를 강화하거나 막강한 재무적투자자(FI)를 기반으로 전국 단위 통신사로 성장하겠다는 등의 포부를 밝힌 상태다.
먼저 세종텔레콤은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소에 28㎓ 대역을 활용한 5G 특화망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B2B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김형진 회장은 "IT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앞장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상용화를 해야한다고 본다"며 "조선소, 항만, 자동차 공장, 야구장, 공연장 등에 28㎓를 백업으로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B2B·B2G(기업-정부간 거래)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텔레콤은 2015년에 첫번째 도전 당시 재무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14억원, 5억원 수준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전신이 카카오 알뜰폰 계열사던 스테이지파이브다.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신규법인인 '스테이지엑스'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했다. 앞으로 3년간 총 90개 핫스팟에 6000여개 무선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인데 대학교와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에 28㎓ 주파수를 깔아 기존 통신 3사와 직접 경쟁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컨소시엄 구성이 다른 사업자들보다 복잡해 의사결정에서 어떻게 한계를 극복해나갈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이모바일 또한 미래모바일이 컨소시엄 형태로 꾸린 법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제4이통사에 도전했지만 자금조달 계획 미비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자금조달 능력이다. 업계는 이번 28㎓ 전국망 사업 의무 구축에 3년간 최소 2000억원가량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28㎓ 장비 1대 구축 비용만 업계 추산 3000만원 수준이다. 과기정통부가 아무리 기지국 구축 의무수량을 6000대로 줄여줬다고 해도 1800억원이 든다. 부동산 비용이나 공사·운영비는 따로 투입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초기 매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투자가 부실해지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도 재정능력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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