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하면 입대한다더니 또 병역기피…법정구속에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

1심서 실형 선고받자 진술 바꿔 항소, 결국 징역 1년6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집유 받은 뒤 재차 병역 의무 거부

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자료사진)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20대 남성이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돼 수감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염기창)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은 A씨(29)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5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 병역에 불응한 이유는 "단지 입영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그는 집행유예 기간 중인 지난해 12월1일 병무청 앱으로 같은달 19일까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현역입영통지를 확인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에 불응한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수원지법 평택지원(판사 류연중)은 "동종 혐의로 판결이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지난 재판 당시 입영할 것을 다짐해 선처(집행유예)를 받았음에도 입영하지 않았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자 A씨는 "단지 입영하기 싫어서 병역을 기피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적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개인의 인격과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평화주의 신념에 근거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것이므로, 원심은 입영거부사유에 대한 사실오인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당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향후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한 점'을 참작받았다.

이후 같은 혐의로 기소되자 1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또 한 번 이런 일을 해서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 염치 없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번복하지 않고 기필코 약속을 지키는 모습으로 내일 당장이라도 머리를 깎고 병역 의무 이행을 다하겠다. 선처를 바란다"고 진술했다.

그는 원심의 두 번째 공판에서도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이와 같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입대 후 성실히 훈련에 임하며 나라에 봉사하고 제대 후에도 범법행위를 비롯하여 모든 나쁜 짓을 두 번 다시 행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이처럼 A씨는 종전의 집행유예 판결과 이번 사건의 원심 판결에 이를 때까지 항소이유와는 다른 자세로 진술했으며 공소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원심에서 판결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자 항소를 통해 앞선 진술을 뒤집어 동성애자임을 내세우고 평화적 신념까지 덧붙여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가족과 지인들의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이전 재판 때는 이러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도 동성애자임을 숨겨왔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과 태도가 일관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성정체성에 관한 주장과 주관적 신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되어 일촉즉발의 휴전상태에 있는 우리의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국가안보의 확립과 국가존립의 절대적 필요성 등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 사정을 살펴볼 때 이를 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