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향 품은 ‘스트릿 요리’… 맛에 특색 입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12. 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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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크라상 주배안 셰프
화교 3세로 자연스럽게 중식요리 입문
주방 요리 못지않게 새 메뉴 개발 흥미
아시아 각 지역 특색 있는 요리 선보여
국내 첫선보인 마늘쫑볶음밥 시그니처
깊은 맛의 대만식 우육탕면도 큰 인기
“100년 이을 새 한국 중식 개발이 목표”
파리크라상 주배안 셰프를 만났다. 주 셰프는 대만출신 화교 3세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중화요리를 접했다. 특히 1980~1990년대 동보성과 함께 중식당 양대 산맥이던 신동양대반점의 지배인을 지낸 아버지의 양향으로 중식을 더 가깝게 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주배안 셰프
주 셰프가 23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를 혼자서 모셔야 했는데 당시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이 항상 가까이에서 접했던 중식요리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중식을 해온 시간이 벌써 24년이 되었다. 호텔을 거쳐서 국방부에서 중식요리사로 근무하면서 여러 장관들과 장성들에게 요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서른 살 즈음 매일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반복되는 레시피를 사용하여 기계처럼 움직이는 주방 안에서의 일상에 대해서 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다행히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요리대회 출전을 권유했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전한 국내 요리대회에서 3위로 입상하면서 중국 본토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 기회를 통해서 한국의 중식 요리사들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요리사들을 알게 되었고 중식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후 이연복 셰프의 도움으로 요리사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요리하는 과정이 즐겁고 설레는 일이 되었다.

마늘쫑볶음밥
주 셰프는 현재 SPC그룹 파리크라상 소속이며 ‘strEAT(스트릿)’이라는 아시안누들&라이스 전문점 메뉴를 개발한다. 셰프로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느끼는 것에는 주방에서 요리해서 손님을 만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strEAT은 길거리(STREET)와 먹거리(EAT)를 뜻하며 한 나라의 음식을 고집하지 않고 아시아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따라서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찾아가더라도 한 가지 메뉴쯤은 나와 맞는 메뉴가 있는 곳이 바로 스트릿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대만식 우육탕면, 마늘쫑 볶음밥, 대만식 마제소바이며 외식트렌드에 따라 상·하반기로 나눠 신메뉴를 선보인다.

마늘쫑 볶음밥은 많이 알려져 대중적인 메뉴가 되었지만 주 셰프가 우리나라 최초로 선보인 메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중국 사천 요리 중 ‘창잉터우(파리머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메뉴이다. 중국에서는 부추꽃을 사용해서 요리하는데 한국에서는 부추꽃을 얻기가 어려워 부추꽃 대신에 마늘쫑을 사용해서 대만식 졸임 양념으로 볶아냈다. 레시피는 매우 간단하지만 한번 맛을 보면 반드시 다시 찾고 싶어지는 요리다.

우육탕면
대만식 우육탕면은 큼직한 아롱사태를 오랜 시간 우려내 만들어 내는데 면이 주인공인 메뉴이지만 부재료에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든다.
특히 고기가 매우 두툼한데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주 셰프는 이미 15년 전 대만,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마라 소스를 짬뽕에 넣은 매운탕면을 개발했다. 지금의 마라탕과 비슷한데 당시는 맵고 얼얼한 맛이 짬뽕의 깔끔한 맛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이 떡볶이보다 마라탕을 더 좋아한다는 말에 주 셰프는 매우 놀랐고 트렌드를 잘 읽어내야 대중에게 사랑받는 성공적인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중화요리의 대표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이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이 요리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짜장면, 짬뽕, 탕수육은 100년 역사를 지닌 화교들이 만들어낸 ‘한국식 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주 셰프는 스스로 이러한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 중식 요리사로서 앞으로 100년을 이을 새로운 한국 중식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다. 주 셰프는 어린 시절 대만에서 오래 살았기에 우육탕면, 루우로우판 등 대만음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간장베이스에 졸임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대만 음식의 특징이다.

주 셰프는 지금도 메뉴개발을 위해 1년에 한 번은 대만을 방문해 스스로 맛보고 체험하며 메뉴를 만들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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