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꿈에도 스미는 그리운 이름 外

이지원 기자, 최아름 기자 2023. 12. 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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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볼 만한 신간
중앙대 문창과 70주년 앤솔로지
용기와 욕망이 만든 시의 미학
부산 유일 평론지가 펼친 담론
제주에서 보내온 일상의 온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꿈에도 스미는 그리운 이름」
이시백 포함 78인 지음 | 더봄 펴냄

한국 최초의 문예창작과였던 서라벌 예술대학교(현 중앙대) 문창과 70주년을 기념해 앤솔로지(작품집)가 발간됐다. 문창과는 그간 신춘문예와 신인상 등을 통해 문단문학에 데뷔하는 작가들의 양성소였다. 이번 앤솔로지는 전통적 문학관을 넘어, 웹툰 PD, 게임기획자 등 그간 문단을 벗어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일종의 문단문학 해체와 미래 문창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문단문학 작가들의 글 역시 실려 있다.

「에스메랄다와 춤을」
조세핀 지음 | 현대시학사 펴냄

조세핀 시인의 시는 독특한 면이 있다. 자연물을 노래하는 서정시로만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도시의 낯선 감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조세핀 시인의 시 세계는 '너'로 통칭하는 화자가 느끼는 감각이 주요한 소재다. 이 화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한 걸음도 물러서 있지 않다. 물론 작가와 작품은 분리되지 않지만 이렇듯 뚜렷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시인은 드물다. 그래서 시집은 용기 있고 욕망에 충실하다. 이 두가지가 시의 미학을 만든다.

「오늘의 문예 비평 2023년 겨울」
남송우·고명철·박소윤 외 다수 지음 | 오문비 펴냄

부산의 유일한 비평지인 「오늘의 문예비평」이 '지역 가치와 실천 그리고 문학'이란 주제로 특집호를 냈다. 지방소멸과 대학 등 부산이 갖고 있는 고민과 사유를 담았다. 지역소멸을 이야기하기 전 지역 문학의 소멸을 고민하는 「오늘의 문예비평」은 생존 담론에 가깝다. 이들이 말하는 비평적 지역주의란 역사의 명맥을 유지해야만 남을 수 있어서다. 비평가와의 대화에 구모룡·이명원·하상일 평론가의 대담은 이 문예지의 큰 가치 중 하나다.

「무탈한 하루」
강건모 지음|교유서가 펴냄

15년간 문학전문 편집자로 일해온 저자는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갔다. 이 책은 그가 제주에서 글 쓰고, 책 만들고, 사진 찍으며 '일상의 온기'를 발견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지향해온 삶의 태도이기도 한 '다정함' '상상력' '내재율'을 세가지 키워드로 삼았다. 가족·친구·이웃의 삶을 다정하게 상상하며, 좀 더 나은 삶을 고민해온 그가 내놓은 기나긴 대답이기도 하다. 무탈하지 않은 일상을 다정한 감각으로 보듬는다.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위고 클레망 지음|구름서재 펴냄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당분이 많은 당근은 토끼에 비만, 위장장애, 충치 같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지만 우리는 여전히 토끼에게 '당근 먹이기'를 계속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은 순종적이다' '돼지는 더럽다' 등등 동물을 둘러싼 편견은 숱하다. 이 책은 동물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적 근거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정당한지' 묻는다.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이명현·장대익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이 말하는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 하며 '인생'을 바꾸는 과학을 말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차가운 설명의 과학이 아닌 인간의 실존을 규명하고 인생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전혀 다른 다정한 과학을 만날 수 있다. 초신성의 '별먼지'와 생명나무 끝의 '잔가지'로 인간의 본질로 규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바꾸고자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함께 탐구했다.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이지아 지음 | 민음사 펴냄

2022년 제4회 '박상륭상'을 수상하며 시적 영토의 고유함을 증명한 이지아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시인이 시를 쓰고 있는 현재 그리고 먼 옛날 시가 탄생한 기원전의 어느 때 사이의 긴 시간이 시편마다 함께 녹아든 독특한 시간성 위에 서 있다. 일상의 무게로 점철된 삶에 찾아와 준 시가 어디로 온 것인지, 오직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기원부터 좇는 시인의 태도에서 경외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몽키스 구단 미해결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축구와 함께 한국인이 사랑하는 양대 구기 종목인 야구를 소재로 한 추리 소설이다. 가상의 제10 구단인 '몽키스구단'의 전략대응팀 팀원 '신별'이 겪는 구단의 미스터리한 비화들을 엮었다. 전작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는 박찬호 선수의 극찬을 받으며 드라마화 계약까지 체결해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실제 야구 구단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야구전문기자의 철저한 고증과 추리 작가의 흡입력 높은 구성으로 담아냈다.

「쓺 17호」
김숨 외 다수 지음 | 문학실험실 펴냄

「광장」의 작가로 잘 알려진 최인훈의 5주기를 추모하는 문예지 「쓺 17호」 특집호다. 특히 SF로 읽는 최인훈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문학비평과 방황, 그리고 길 찾기를 주제로 포스트 시대의 문학 장을 점검한다. 그중 '종언 앞에서 부활하기' '멸종 앞에서 사물 되기' 같은 문학비평의 지형도를 다시 점검해 보는 작업은 의미가 크다. 문학비평의 장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을 표하는 지금 「쓺」이 돋보이는 이유다.

이지원·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책 제공=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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