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민 대피령 내려놓고 초대형 폭탄으로 무차별 폭격

2000파운드 폭탄으로 가자지구 남부 최소 208곳 폭격 정황
IDF “하마스 파괴가 우선…민간인 피해 줄이기 위한 예방조치 중”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 유니스 주민들이 1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를 헤집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민간인에게 '안전지대'라고 안내한 지역을 초대형 폭탄을 사용해 폭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위성·무인기(드론) 촬영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MK 84' 등 2000파운드(약 907kg) 무게의 초대형 폭탄을 208차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2000파운드급 폭탄은 파괴력이 상당해 미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무기"라며 "이스라엘군이 아파트도 무너뜨릴 수 있는 2000파운드 크기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에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한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지역으로 지정했던 가자지구 남부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2000파운드 폭탄은 피해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민간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전에는 전혀 맞지 않는 무기라는 해석이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대피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의 위성·무인기(드론) 사진을 입수해 2000파운드급 폭탄의 투하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름 12ｍ가 넘는 패인 구멍을 인공지능(AI) 분석 도구 등을 활용해 탐색했다.

그 결과 2000파운드급 폭탄 투하 흔적으로 보이는 지점 208곳을 찾아냈다. 다만, 위성사진의 한계와 다양한 피폭 형태를 고려하면 실제로 투하한 횟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NYT는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이 안전 지역으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부에 전쟁 초기부터 공격해온 사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초대형 폭탄의 구체적인 피격 횟수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공습을 통해 가자지구 남부 곳곳에서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NYT는 평가했다.

한 중년 여성 피란민은 NYT와 인터뷰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남쪽으로 가라고 해서 남쪽으로 왔다. 아직 안전한 곳을 찾지 못했다.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며 울먹이며 말했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 폭탄보다 도심지 사용에 적합하다고 평가되는 250파운드(약 113kg) 크기의 'GBU-39' 폭탄 지원을 더 늘렸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군이 2000파운드 폭탄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민간인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자 남부 지역 폭격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NYT에 "이스라엘의 우선순위는 하마스의 파괴이고 그 같은 질문은 나중 단계에서 살펴볼 사안"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10월 이후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급 폭탄 'MK-84'을 5000발 이상 이스라엘에 지원한 것으로 NY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