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한민 감독 "'죽음을 알리지 마라' 대사, 뺄까도 고민"

정한별 2023. 12. 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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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이순신 장군의 정신 기억되길"
김한민 감독이 '노량: 죽음의 바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순신 장군의 말이다. 이순신 장군 영화의 관객들은 어쩌면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가장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한민 감독은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말을 작품에 넣지 않으려는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결국 넣긴 했으나 이 장면이 구현되는 타이밍은 꽤나 참신했다.

김한민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을 뒤를 이어 대중을 만나게 됐다.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된 김 감독은 "'이런 날이 왔구나' 싶다"는 말로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1761만 관객을 동원한 2014년 개봉작 '명량'부터 2023년의 연말을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그야말로 기나긴 여정이었다. 김 감독은 "'명량'이 흥행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한산: 용의 출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흥행에 힘입어 가는 작품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찍을 수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한민 감독이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 왜 그렇게 치열하게, 집요하게 마지막 전쟁에 임했는지에 대해 나름의 확신에 찬 결론을 얻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하면서 던지는 장군의 말이 있다. 난 이순신 장군이 살아계신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그분의 유지를 거스르지 않는 마지막 대사라는 확신이 있다. 그런 지점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라는 영화를 만들 결심을 강하게 했다"고 전했다.

시선을 모으는 점은 그가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대사를 뺄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은 "'오히려 빼는 게 참신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가 '뺄 수는 없지' 했다. 다만 타이밍적으로 관객들이 원할 때 말고 다른 곳에 넣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고민은 짙은 감동을 안기는 영화를 탄생시켰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는 용장(勇將),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지장(智將),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현장(賢將)이라고 했다. '명량' 최민식 배우를 통해 용맹스러운 모습을,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을 통해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줬단다.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은 용장, 지장의 면모를 모두 갖춰야 했다. 김 감독은 "배우로서 김윤석이라는 존재는 희귀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김 감독이 그렸던 현장의 아우라를 표현했다.

김한민 감독이 김윤석 배우를 향한 신뢰를 내비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량: 죽음의 바다'는 특별출연으로 나선 배우들의 라인업까지 화려하다. 이제훈은 광해 역으로, 여진구는 이순신 장군의 셋째 아들 이면 역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김 감독은 "제훈이의 경우, 작품은 같이 안 했지만 친분이 있었다. 광해랑 잘 어울릴 듯했다. 차분하며 결의가 있고 젠틀한 아우라가 있는 젊은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진구와는 연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실하고 효심이 가득해 보이며 액션이 가능할 듯하다는 생각에 그의 캐스팅을 원했다고 밝혔다. "진구도 놀랍게도 하겠다는 연락을 줘서 기뻤다"는 김 감독의 말에는 짙은 만족감이 묻어났다.

김 감독은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만들며 사운드에 특히 힘을 줬다. '명량'은 현장 작업이, '한산: 용의 출현'은 CG가 어려움을 안겼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사운드 때문에 특히 힘들었단다. 김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휘에 따라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달라졌다. 감정적인 지점에서 굉장히 변화가 심하더라"고 회상했다.

그가 그렸던 이순신 3부작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널리 잘 알리고 그분의 정신이 우리 시대에 소중하게 상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지금의 우리 역사도 뭔가가 잘 종결돼 보이지 않는다. 분단 상태이고 여러 문제들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이순신 영화를 만들며 그의 생각을 해온 만큼 한 번쯤은 꿈에 나올 법도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께 거슬림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그의 말에서는 '노량: 죽음의 바다'를 향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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